돈까스야 안녕~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돈까스 집에서 오전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지 여느 평일처럼 돈까스와 치킨까스를 만들고 있었을 뿐. 이상한 낌새는 조금도 눈치챌 수 없었다.
곧 있음 나의 평일 알바 자리가 없어질 운명이 예정 되어져 있었지만, 매니저가 말해주기 전까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힘들어 죽겠어!, 유통업에 처음부터 발 붙이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하며 혼잣말로 투덜대는 매니저에게 "차라리 국비훈련으로 네일아트를 배워보는 건 어때요?, 그 일은 육체적으론 덜 힘들 것 같은데요"라며 가당찮게 남의 걱정이나 해대고 있었다니...
며칠전부터 돈까스에 빵가루를 입힐때 불필요한 작업 공정을 줄이는 시도를 해오다 오늘이 되어서야 확실히 자리가 잡히고 돈까스 만드는 시간단축에 성공했다.
돈까스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아했더랬는데, 이런 젠장할...
내가 다니던 이 돈까스집은 요식업 프렌차이즈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던 방식이었는데, 오늘에야 개인 가맹점주와 계약이 체결되어 주인이 바뀐 모양이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면 다른 알바를 구해야겠다고 생각이야 하고 있었지만,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새로 가게를 꾸려 나가는 주인이 인건비 줄이는 일환으로 자기들끼리 돈까스를 만들어 볼 요량임에 틀림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나중에 다시 돈까스 만드는 사람을 구하신다면 제게도 연락주시기 바란다며 깍듯이 인사하고 돌아 나왔다.
한달 오십여만원 정도를 더 저축해서 빨리 작고 소박한 만화방을 방불케하는 헌책이 있는 이발소 개업을 위해 시작한 알바였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금 쉬어 봐야겠다. 가고 싶던 명상도 다녀오고, 바닷가에 가서 회도 먹고, 산에도 좀 가고, 멍도 때리고, 호사를 좀 누리다가 다시 알바를 시작해 보련다.
알바를 시작하고 세번쯤 월급을 받고 강제 종료된 나의 알바는 이렇게 급작스레 막을 내려 버렸다.
그 동안 일하던 지하 돈까스 만드는 곳엔 다시는 갈 일이 없겠지. 깨끗이 치워 놓고 와서 다행이다 싶지만 기분이 좀 이상하다. 당연히 내일 또 그 자리 그 위치에 서서 일할꺼라 믿어 의심한 적이 없건만 다시는 갈 일이 없게 되어버린 그 곳을 생각하니 꿈을 꾼건가 싶다. 이래서 강제성을 띈 것에는 좀처럼 좋은 느낌이 따라 붙질 않는다.
사전예고편 없이 갑작스런 이런 일들이 모여 인생이란 꿈이 그려지는건가?
갑자기 일기일회란 말이 생각난다.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닌듯...하다.
한번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느낀 것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현재에 집중하고 가볍게 살아보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거다.
일기일회는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란 뜻이라는데, 일도 사람도 자연도 그 무엇이 됐든 인연이 다하면 그걸로써 강제정리 되는 이 지랄같은 냉정함이라니. 너무 하지만 이게 세상 순리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시나브로 점점 이런게 그립단 말이다.
아궁이속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며 불꽃이 사그라지는 광경이라면 두어 시간도 한눈 팔지 않고 기꺼이 구경할 수 있는 나란 사람에게 이런 갑작스런 일은 꽤나 곤란곤란...그 이상이다. 동네서 하는 일이라 대충 껴입고 눈꼽만 떼고 자전거 페달을 5분간만 밟으면 바로 도착하던 일터 였는데...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계획수정...ㅎㅎ
아무일도 아닌듯 내색 하지는 않지만 나 님의 내공이 유리잔 정도인지라 언제 균열이 가고 깨질지 모른다.ㅎㅎ 이제 좀 사람들하고 정 들려던 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