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지 않으면 어떠하리.
갑작스레 알바를 짤리고 나니 팔짜에도 없는 시간 부자가 됐다. 막상 뭘 할까? 고민해 보았지만 당장에 하고 싶은걸 하려니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관계로 미리 예약신청을 하고, 상대편에서 내 신청을 수락하는 절차 등등이 필요했다. 4박5일 명상단체 스케줄에 맞춰 신청해야만 원하는 단체의 명상에 동참할 수 있고, 가고 싶던 몇몇 곳의 여행은 알바가 짤린 관계로다가 당분간 긴축생활로 들어가야 하므로, 필요경비를 산출해서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곱씹어 선택한 뒤에 가야하다 보니 선뜻 뭘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부모님 집에 다녀 오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성남 터미널을 출발해 청주 버스터미널에 있다. 와이파이 되는 카페를 찾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짧은 글이라도 올리고 싶어 카페라떼 한잔을 억지로 시켰다.
식어가는 카페라떼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라떼야 미안해 널 무시하는게 아니라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어서 말야"
사실 어디든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었는데, 퉁명스레 화내는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은 채워 드리고 싶어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가는 길이다.
아버지의 화내는 마음 밑바닥에 숨어 있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이제는 외면할 수가 없게 됐다.
자기 안에 없는 것은 볼 수 없는게 인간이다.
내 안에 흘러 넘치는 외로움이 아버지의 외로움을 더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했고, 언제까지 사실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아버지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눠 드리며 지내고 싶다.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 내게 줄 사랑이 없어 보이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강요하는 마음도 있고, 주고 받고 이상적인 부모 자식의 애정을 기대하는 것도 있고, 두가지가 뒤섞여 있는 줄은 알고 있지만...당분간은 정리되지 않은채 그냥 마음가는 대로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