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을 만난 아버지.

이렇게 살려고 여기 온건 아닐 텐데...

by 그냥살기

지금 여기...
현실 위에 그냥 서 있는 것 마저도 버거운 내가 있다.

잠을 자고 났지만 잔 건지 안 잔 건지 몸도 맘도 마취 상태인 것 마냥 마비된 기분이다.

2차례의 뇌경색을 맞게 된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 병원비를 정산해야 하고, 병원 사회사업팀을 만나 이후 아버지가 머무실 병원을 소개받고, 병원비 지원받을 수 있는 것들을 알아봐야 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어떡하지.... 김장비닐로 온 몸을 칭 칭동여매고 밤새 그 안에서 자고 나온 것 마냥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이 다 막힌 듯 답답한 느낌이다.

아버지의 병세가 날로 깊어진다.

아버지 주치의 말로는 아버지 뇌 속에서 인지기능을 담당하던 부분에 문제가 생기며, 나날이 폭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주삿바늘을 뽑아 버리려 하시고, 단추를 쥐어뜯고, 곁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던지고, 짧은 외마디 욕을 내뱉으시는 아버지. 밤새 아버지 곁을 지켜 주셨을 간병인 아저씨께서 오늘은 어떤 말을 할지 겁이 난다.

간병인 교체가 벌써 두 번째...

점점 커지는 난폭한 행동과 간병하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화장실 가겠다고 하시는 아버지... 기저귀를 차셨지만, 결국에는 본인 의사대로 화장실에 가고야 마는 아버지... 어릴 적 내 기억 속 아버지와 지금의 아버지는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뇌의 어느 부분이 기능을 잃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고 하지만, 지금 아버지의 모습은

어릴 적 내가 목격한 아버지의 모습 중 가장 아버지 다운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에 비하면 지금의 이 행동들은 발톱의 때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갖은 욕과 저주를 퍼붓고, 머슴 부리듯 엄마를 부리고, 술주정으로 지난 한평생을 사신 당신의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평상시 모습...

뇌가 망가져서 인지, 원래 습관이 도진 건지 모를 만큼 닮아있는 아버지의 행동.

피고 나면 지는 거야 자연계의 당연한 이치겠지만... 지는 모습마저 고통이다 싶어 마음이 저리다. 참혹하리만큼 자신과 주변을 고통스럽게 하고 살아오신 아버지.

너무나 답답하고 참담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저러시는 거겠지...

아버지를 통해 순리 앞에 저항하는 인간의 단편적 모습을 보고 배운 나 또한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버지처럼 될까 봐서 수행에 더욱 집착하는 나. 수행을 만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가족 덕분이다. 수행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수행. 그런 관점에서 보면 상처로 얼룩진 내 가정사도 축복인 건가? 아니 일부러 고통을 미화하고 싶진 않다.

어디서든 주도적 인물이 되고 싶어 하고, 내 욕구대로 되지 않으면 곧바로 화가 올라오고, 나만의 틀 속에서 그 틀이 깨질까 조바심 내고 안간힘 쓰고, 불안에 떨고, 원치 않는 변화에 맞닥 뜨리게 되면 회피하고, 주저 않아 떼쓰고 울어버리던 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중이다.

지친 나를 좀 보듬어주고 싶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나를 나무라고 꾸짖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 오늘도 여전히 밖으로 밖으로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에게 염치가 없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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