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포지션 리셋.
이번 버스 교통사고가 내 기존 역할 포지션에 대해 새로운 정립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 개인으로서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가치에 대해서나 혹은 더욱 깊이 있고 견고하게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흐지부지 막연히 추구하던 그저 그런 일상들에서 뭔가 이렇게 살면 뒤늦은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인생사에서 빚어지는 삶의 희로애락이야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단지 완충작용을 할만한 에어백이 내겐 없다는 걸 이번 교통사고 처리를 직접 하게 되면서 확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고 후 병원 초진 접수부터 입. 퇴원과 교통사고 전문 한의원 입원 중에도 계속되었던
타 대학병원의 검사들과 그 이전 아버지의 노환 지병으로 인한 병원 문제 처리까지 모두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보니 가족이 있긴 하지만, "역시 나는 혼자구나"라는 느낌을 뼛속까지 깊게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나의 역할, 사회인으로서의 나의 역할, 사적 관계에서의 다양한 포지션 재배치 등등...
내겐 유야무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분위기나 상황을 해치지 않고 상황을 중재하거나 좋게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 역시 내 기질적 불안을 견디지 못하다 보니 생겨난 습관이지만...
이젠 여태껏 하던 것과 똑같이 살다 간 뒤늦게 더 눈물 폭탄을 맞을 것만 같아 조금은 더 악랄해지고, 매정해지기로 했다.
좋은 말로 냉정과 이성의 중간지대 그 어디쯤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나 할까?
도움을 청하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순간에 의지할만한 대상이 존재치 않는다는 막막함에... 누가 때리지도 울리지도 않았는데...
사고 초기에는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었다.
뒤늦게 일주일쯤 지나서 가족들은 손님처럼 문병을 오고 갔다.
내게 가족은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도 문병이라도 와주니 고맙다며, 당신들이 있어 힘이 됐단 말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들 각자 삶의 짐을 머리에 이고 지고 손에 바리바리 들고 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더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내 속이 여리고 여린 걸 알기에 나는 밖으로 꼿꼿이 강해 보이려 무진 애를 쓴다. 이런 내가 가엾지만, 이번 생은 이렇게 태어났으니 어쩔 텐가...
할 수 없지.... 강하게 다시 리셋하고 재부팅하고 출발이다.
사고 이후 잠이 잘 오질 않는다.
그 옛날 시험 보기 전 몰아치기로 공부하기 위해 믹스 커필 스텐 냉면 사발에 타서 물처럼 마셨던 그때 느낌처럼 잠이 싹 달아나 버리고 대신 머리에 불쾌한 느낌이 들어앉아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꼭 대한민국의 주인이 정치인들이 아닌데, 심부름꾼들 주제에 멋 모르고
주인 행세하는 그 인간들처럼 이 놈의 불쾌한 묵적지 근한 느낌...
오지 않는 내 잠은 어디 있는 것인가?
언젠가 돌아오겠지? 머잖아...
집 나간 내 잠들이 돌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