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코트 사이의 유니클로

by 어울림

그날 나 혼자 유니클로였다.


영유 입학 전 데모클래스 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울지 않고 잘하려나

너무 어려운 걸 묻지 않으려나 혼자 많은 걱정을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학원 문을 열자마자 멈칫했다.

밍크코트, 샤넬, 몽클, 에르메스 등등

다른 엄마들의 ‘나 오늘 준비했어’라는 분위기 속

나 혼자 ‘유니클로’ 같았다.


뭐야, 오늘 무슨 날이었어?’

단순한 테스트라고 생각했던 날,

나는 이미 사회적 시선과 소비문화의 코드를 몰랐던 외부자였다.

그날 나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교육적 정보가 아닌 소속감이었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오빠, 오늘 엄마들 전부다 밍크에 에르메스에~”

앗, 이 장면은..?! 드라마 속 철없는 여자들 단골 멘트 아니었던가..? 서로 곁눈질하며 비교하는 여자들 모습!

나는 그 장면이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 씬안에 내가 들어와 있었다.

몹시 아이러니했다.


결혼 전 나는 거위털 뽑는 영상에 분노했고,

밍크와 토고가죽등을 소비하지 않으려, 솜털패딩과 에코백을 들며 동물 애호가이자 환경보호를 실천했었다.


하지만, 그날 밍크코트를 검색했고, 구매버튼을 눌렀다.

당시엔 그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초라해 보여서 혹여나 우리 애가 무시당할까 봐

내 부족함이 내 아이에게 누가 될까 봐


나는 내면화된 허영과 모성의 본능 사이에서

밍크라는 방패를 입었다.

이게 엄마의 본능일까, 본능 뒤에 숨은 허영일까?


결국 나는 내면화된 계급 이데올로기와 허영에 순응한,

참 쉬운 인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그냥 편안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니클로의 장점은 ‘편안함’인데,


아이에게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다고 바란다면,

입으로 가르칠일이 아니라, 내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내가 한 아이의 세상의 기준이 되는 일이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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