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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Feb 08. 2022

[은퇴 인터뷰 23화] 관리소장, 70세 문제없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 김상완 씨

《퇴직, 두렵지만 희망은 있다》/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 23화



김상완


▷ 63세(음력 1960년생)

▷ 1998년 12월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취득(제5회)

▷ 2020년 6월 말 직장 퇴직

▷ 2020년 7월  1일 ○○○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 취임

◈ 2022년 2월 4일 《오마이뉴스》 신문 연재 중



퇴직 후 새 인생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자격증으로 '주택관리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학원에 다니며 몇 년간 준비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아파트 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증만 있다면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직종이다.


지난 1월 말 신도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으로서 맡은 바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계시는 은퇴자 한 분을 만났다. 인터뷰 초기부터 꾸준히 섭외해왔던 직종이라 은퇴자와의 만남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       


             

김상완 소장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해주세요.

인생 2막을 앞두고 제일 실력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바로 '당신'입니다. 그 실력은 인생 1막에서 2막으로 바뀌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인지도는 떨어져요.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게 맞는다고 봐요. 만약에 자리가 없어서 부득이 쉬어야 한다면 자기 계발을 필히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인생 2막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인생 2막을 잘하려면 1막을 빨리 잊어버리고 2막에 집중해야 행복한 2막이 될 수 있어요. 월급은 조금 적게 받지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힘이 들어도 만족도가 높아요. 그리고 순수한 인생 2막으로 취직을 해야지 전직을 알리고 취직하지 마세요. 전직을 알리고 취직하면 그 자체가 내 뒷다리를 붙잡히는 거예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2020년 4월에 퇴직 신청을 하고, 퇴직 준비 휴가 중에 저를 눈여겨본 회사에서 아파트 관리 자격증이 있다는 걸 알고 아파트 관리 일을 해 보라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이력서를 넣고 어떻게 된 일인지 이유를 알아보니까 50대 후반 인생 1막 직장생활 중에 직장 내부 사람들과 직장과 연관된 외부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덕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했었는데 그 덕을 보게 되었지요.


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에 아파트 관리하는 위탁관리 회사에서 현직 때 저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면접이랄 것도 없이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며 취업이 되었어요."


               



▶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아파트 관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공동주택관리법 제5조에 명시되어 있다시피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나뉘어 있어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직접 사람들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는 방식이 '자치관리'고, '위탁관리'는 종합주택관리회사 즉, 위탁회사에 위탁계약을 해서 아파트를 관리하게 하는 거죠. 자치관리는 많지 않고 대부분 위탁관리를 하고 있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의무는 세 가지가 있어요. 가장 큰 의무는 '시설 유지관리'고요. 그다음에 주민 안전을 위한 '보안', 그다음에 주민 위생을 위한 '청결'이에요. 그리고 아파트 단지 규모(세대수)에 따라 다른데 우리 아파트는 관리실(6명)이 있고, 관리실 안에 기전실(공용 부분 수리 및 세대 방문 민원처리)을 두게 되고, 그 밑에 경비반(12명), 미화반(5명)이 있는 거예요. 이걸 모두 합해서 아파트 관리라고 해요. 직원은 총 23명이 일하고 있어요. 


아파트 유지 관리의 기본은 정직과 투명입니다. 사회에서 관리소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아요. 돈을 받아먹는다거나 뇌물 등 보이지 않는 나쁜 대가를 받는다는 오해를 종종 해요. 그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직과 투명 못지않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시설물의 자산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그 소유자의 자산 가치가 증대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이지요."


▶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취득을 1998년도에 하셨는데 아주 일찍 취득하셨네요?

제가 치른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제5회(상대평가)였어요. 6회부터 절대평가로 바뀌었어요. 

             




1998년 당시 아파트 관리소장이 고액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술직이라는 소문과 함께 자격증 취득 붐이 일었어요. 1998년 전후 주택관리사 월급이 그때 돈으로 자격수당 30만 원 포함 250만 원이었어요. 지금 월급은 350만 원이에요. 당시엔 그래도 고가 자격증이었지요. 국가의 기술 자격증 수급 정책에 따라 적절히 조절한 것 같아요.


주택관리사는 처음 3년 간 관리사무소 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주택관리사보예요. 이때는 500세대 미만 공동주택만 관리할 수 있어요. 그 기간이 지나야 500세대 이상도 가능하고 '보'자도 떨어지고 자격증도 바뀌죠.

             

아파트 관리사무소



▶ 자격증을 취득할 때 공부는 얼마나 하신 건가요?

저는 96년도에 공부를 시작해서 98년도에 합격했어요. 제가 이과 출신이기 때문에 시험 준비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저는 독학으로 혼자 공부했어요. 주변에서 친한 관리소장하시는 분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시설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쳐줬어요. 


자격증 중에는 주축이 되는 자격증이 있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가는 보조 자격증이 있어요.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추가로 있으면 가점이 되는 자격증으로는 소방안전관리자, 조경기능사, 전기기능사가 있어요. 그다음에 소독이나 물탱크 청소 등에 필요한 '위생사'가 있고요. 그래서 하나의 자격증으로 취직한다기보다는 그런 연계 자격증이 있으면 취직할 때 훨씬 유리하죠." 


▶ 소장 재임 중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시설 관리 업무는 사람을 다루는 부분이 많아요. 아주 악질 민원이 있긴 하지만 제가 직장 생활하면서 겪은 것보다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괜찮아요. 입주민 중에 질 나쁜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이지요. 첫 번째는 도덕성의 문제죠. 입주자가 관리사무소에 와서 욕하고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에요. 그 약점이 뭐가 있겠습니까? 부정한 짓을 하는 게 약점이거든요. 약점이 없으면 동등한 관계로 큰소리치며 맞대응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정직하고 투명해야 해요. 


본인이 걸어가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다고 주장하고 보험 처리해 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보험 처리를 함부로 해 주는 게 아니에요. 배상책임은 과실이 있어야 되거든요. 어떤 사람은 자기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장기간 민원을 넣고 관리사무소를 괴롭혀요. 거기에 한번 굴복하면 그 사람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조그마한 이상이 있을 때마다 똑같은 방법으로 괴롭혀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우리 아파트에도 소문난 민원인이 살아요. 그 사람은 법대로 다루면 꼼짝 못 해요. 시청에 가서는 큰소리 뻥뻥 치며 공무원을 괴롭히지만, 여기 와서 큰소리 치면 '왜 큰소리치냐? 나가라'라고 해요. 그런 사람한테 약점 잡히면 소장으로 있는 동안에 끌려 다녀요. 그리고 경비원한테 갑질하는 주민들이 분명히 있어요. 동대표들 중에도 나쁜 사람이 있어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아요. 


좋은 얘기로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는 90세 넘은 할머니가 손가락 두 개만 한 옥수수를 손수건에 싸가지고 와서 '예쁜 소장님 먹어라'라고 하면서 하나 꺼내 주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치매가 조금 있으셔서 본인이 준 걸 잊어버렸어요. 그분이 기억에 남네요." 


             

관리실에서 업무 중인 모습



▶ 소장 일의 매력은?

직장 생활할 때는 할 말을 다 못하고 살았어요. 퇴직 후 관리소장하면서 인간 같지 않은 사람한테 왜 인간 같지 않은 짓을 하냐고 이야기를 해도 내가 도덕성만 확보되면 그 사람한테 당당하게 대응할 수가 있어요. 세상 그따위로 살지 말라고. 당신 자식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 아느냐고. 그러면 나쁜 짓 한 사람은 알아요. 처음엔 대들다가 조용해집니다.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시스템, 이게 제가 생각하는 매력이에요.


그리고 아파트 관리는 시설 유지 관리하는 일이에요. 시설 유지 관리는 본인의 건강과 실력만 갖추면 70세까지도 할 수 있어요. 현직 소장 중에 70세가 넘은 소장도 있어요. 본인이 잘만 하면 계약직이기 때문에 연장 계약 계속할 수 있어요. 그게 또 매력이지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실수령액이 300만 원 정도 돼요. 3년 이상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있는 주택관리사 소장은 보통 월급이 350~360만 원에 업무추진비가 별도 20만 원이에요. 아파트 세대수가 많으면 한 20~30만 원 정도 더 받아요. 그리고 소장 월급 수준은 최근에 지은 신규 아파트냐 옛날에 지은 아파트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소장 월급이 약 400~430만 원 정도 돼요.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갓 취득하고 아무 경험 없는 소장이 아파트에 취직하려고 하면 250만 원 주는 데 가서 경력을 쌓는 경우도 있어요.


▶ 전망은 어떨까요?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서는 주택관리사(보)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돼요. 아파트 유지 관리는 IT와 AI시대라고 해도 시설유지관리는 건물이 있는 한 있어야 돼요. 국가 경제가 좋아서 취업이 잘 되면 젊은 사람들이 소장 월급이 적기 때문에 도전자가 적어서 나이가 많아도 더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반대라면 전망이 어두워지겠죠.


▶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인생 1막에서 간부나 관리자가 됐을 때 내가 좀 고달프더라도 후배들을 위해서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후배가 억울함을 당하면 그걸 적극적으로 막아줄 수 있는 상사가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월급을 더 받는 관리자로서 후배들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직장 외부 사람들에게는 내가 갑일 때 군림하지 말고 겸손하게 접근하면 인생 2막에서 그 사람들이 귀하의 인생 2막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요새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요. 1차 시험은 작년에 합격했어요. 2차 시험은 두 달 만에 봐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떨어졌어요. 그걸 하려는 이유는 관리소장 일에 필요하고 칠십이 넘었을 때 일주일에 삼일만 일하고 용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기기사 자격증을 따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져요. 전기 자격증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각광받는 자격증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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