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넣어둔 수납장 문을 열어보니 진라면 두 개, 짜장면 세 개, 신라면 두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신라면에 손이 가다가 순간 두 아들 녀석이 생각났다.
'녀석들이 신라면을 좋아하는데...'
분가해서 떨어져 산 지 두 해가 가까워져 오는 데도 아직도 자식들이 먼저 생각난다. 자식 생각하며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걸 아는 마음과 잠깐이나마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순간이 여유롭기만 하다.
라면 하나에서도 자그마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은 영원히 자식들 쪽으로 향해 있을 것이다. 해바라기가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 머리를 추켜세우듯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부모의 안테나는 자식들을 향해 끊임없이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
핏덩어리 때부터 부모에게 크고 작은 행복을 선물처럼 안겨주었었던 자식들이기에 집에 없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그 두 녀석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말한다. "뭔가 사건이 터지면 엄마를 찾는다. 아무 사건•사고가 없으니까 연락이 없는 것이다."라고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나 그 말에는 자식들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먼저 전화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아내는 전화 오기만을 진득하게 기다린다.
엄마•아빠 두 마음은 비어있는 방 두 개에서 계속 머문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