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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Nov 26. 2022

80% 가동률은 실제로 100% 가동률에 가깝다.

여유자원은 변동에 대한 유연성을 높인다. 

가동률은 ‘활용자원/가용자원*100%’으로 계산한다. SI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인력 가동률’은 중요한 평가지표이다. 예를 들어 전체인력이 100명인데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이 70명이면 프로젝트 투입률은 70%이다. 여기에 프로젝트 제안에 투입된 인력이 10명이면 프로젝트 가동률(프로젝트 투입률 + 제안 투입률)은 80%가 된다. 이때 70%의 인력은 실제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돈을 벌고 있는 인력이고 10%의 제안에 투입된 인력은 돈을 벌 준비를 하는 인력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나머지 20%의 인력은 놀고 있는 인력이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 또는 제안작업 투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나아가 개인의 프로젝트 가동률이 100%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까? 


실제 현실에서는 프로젝트 가동률이 80%가 되면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투입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 된다. 왜냐하면 비가동 20명은 다음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안서 제출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인력 : 8명 

고객 사정으로 프로젝트 계약이 지연되는 인력 : 5명 

- 1년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지난주 철수 한 인력 : 4명 

개인 사정으로 임시 휴직/휴가 (육아휴직, 출산휴가, 장기근속 휴가 등) : 3명


위에서 설명한 20명 중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 가능한 인력은 4명이다. 그러나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한(직전까지 프로젝트 종료를 위해 업무강도가 높았던) 인력에게 2주일도 쉬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업무에 따라 자원의 적정 활용률은 다르지만 자원의 100% 활용을 추구하면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고 변동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가동률

위중증 환자의 병상 가동률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중요한 지표인데 병상 가동률이 80%가 되면 실제로 가용한 병상이 없는 상태이다. 왜냐하면 나머지 20%의 병상은 퇴원수속, 입원수속 등의 사유로 응급환자가 즉시 입원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 CPU 활용률 

정부기관의 정보자원 효율성 측정기준에 따르면 공동활용 서버의 CPU 활용률이 80% 이상이면 과다, 20%~80%는 적정, 20% 이하는 여유로 판단한다. 전용 서버의 CPU 활용률은 70% 이상이면 과다로 판단한다. 

고속도로 차량 점유율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을수록 차량의 속도는 느려진다. 고속도로 차량 점유율이 일정 수준(예:65%)을 넘어가면 차량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진다. 

업무 집중시간

업무 집중률은 회사업무에 몰입한 시간이다. 필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학문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하루 동안 5시간 정도 업무에 몰입하면 더 이상 지속적인 몰입은 힘들어 데이터 정리, 메일 답장하기와  같은 단순한 일을 해야 했다. 


자원의 여유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의미한다. 아래 슬라이딩 숫자 퍼즐을 생각해보자 왼쪽의 그림은 9개의 칸에 1개의 여유가 있지만 오른쪽의 그림은 여유 칸이 없어 숫자를 이동할 수 없게 된다. 

         

슬라이딩 숫자 퍼즐의 여유


높은 가동률을 추구하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가? 

프로젝트 가동률의 예에서 경영층이 프로젝트 비가동률 20%를 낭비로 인식하고 이를 줄이라는 지시를 한다면 현장의 관리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프로젝트나 제안서에 투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비가동 인력을 투입할 업무가 부족하면 가동률이 높은 조직으로 인력을 이동 보내면 가용자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아진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용자원을 줄여 가동률을 높였는데 수주확도가 낮았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되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된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다른 프로젝트나 제안에 투입된 인력을 빼지 않으면 신규로 수주한 프로젝트의 착수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고객의 불만이 발생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안되면 다른 부서로 이동했던 인력을 다시 복귀해야 한다. 보기에 따라 코미디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그 주기가 1년 또는 2년으로 다소 길 뿐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가동률을 높였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

가동률을 무리하게 높였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순위가 낮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수행한다. 

가동률을 중요시하면 각 조직의 부서장은 조직원들을 바쁘게 만들기 위해 업무를 만든다. 그러다 보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를 만들기도 한다. 프로젝트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주 확도가 낮은 제안에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도가 낮은 업무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부서원에게 프로젝트 종료 이후 재충전할 시간과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부서 간 협업이 어려워진다.  

회사의 일은 부서 내 협업뿐만 아니라 부서 간에도 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각 부서들이 높은 가동률을 추구하면 부서 간 협업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아키텍처 부서나 UX 부서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신규로 발생하는 프로젝트에서 아키텍트나 UX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아키텍처 부서나  UX  부서에서는 일감이 쌓여 있으니 좋을 수 있지만, 회사의 업무 속도는 이 두 부서 때문에 느려진다. 


업무 속도가 느려진다. 

개인의 가동률을 중요시하면 개인이 업무를 빨리 끝낼 이유가 없다. 너무 티나지 않을 정도로 늦지 않으면 된다. 외부에서 볼 때 1년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따라서 일이 끊기지 않을 만큼 일의 속도를 조절한다. 그 결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효율성을 낮추고, 바쁜 것 처럼 보이는 것(busyenss)이 중요한 업무(business)가 된다.   


적정 수준의 가동률을 어떻게 결정할까? 

미래에 발생하는 인력수요를 6개월 전에는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가동률 최적화는 비교적 쉬워진다. 그러나 현실의 변동은 예측 가능하지 않게 발생한다. 수주가 확실했던 제안이 실주하고, 갑자기 특정 직무의 인력(예:ERP)  수요가 급증하여 해당 직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계약은 체결했는데 고객사 사정으로 프로젝트 착수 지연되는 것이 그 예다. 

가동률이 높을 때 발생하는 문제와 가동률이 낮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상충된다. 가동률을 높이면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가동률을 낮추면 수익성이 저하된다. 적정 가동률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업무 규모를 작게 하여 변동의 크기를 줄인다. 

업무(프로젝트) 규모가 클수록 자원에 대한 변동은 커진다. 대형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기인력이 많아진다. 차세대 프로젝트와 같이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금융업종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안정적인 인력운영을 추구한다면 이런 업종 또는 이런 프로젝트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부 프로젝트는 업무를 쪼개어 몇 개의 프로젝트로 나누어 진행하면 변동이 줄어든다. 


외부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가동률을 결정한다. 외부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가동률이 적정한지 결정해야 한다. 적정 가동률은 과거 경험이나 통계를 참조하여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투입률이 75%를 넘어서면 조직운영의 적신호로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높은 수준의 여유를 가져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높은 수준의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자원의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자원 수요에 대한 변동이 큰 조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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