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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스케 Jun 14. 2020

깡이 될 수 없는 노래 두 곡

깡과 차에타봐, 비단길의 차이는

깡이 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깡은 엄청난 자기애를 담은 곡이다. 사람들은 자아도취 한 가수 비의 가사를 보고 처음에는 멋없고 구시대적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조롱을 여유로 맞받아친 비의 태도는 깡 신드롬을 낳았다.

깡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타인을 존중하고 자기결정권을 중요시하는 시대상과 맞물렸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비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랑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본인의 평가다. 이는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깡을 ‘깡’으로 맞받아친 비의 태도는 자신감, 자존감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귀감이 됐다.

깡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가수 비의 모습(출처: MBC)


깡 신드롬으로 비의 옛 곡들이 모두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깡이 될 수 없는 비의 노래가 있다. ‘차에 타봐’다. 차에 타봐는 화자가 옛 연인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내용으로, 비가 직접 작사한 곡이다. 옛 연인이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는 모습을 보지 못해 새 남자친구에게 “차에 타봐.”, “지금 어디야 XX놈아 내 전화 빨리 받아라.”라는 말을 하며 폭력을 가한다. 이 노래는 가사에 욕설과 폭행 장면이 등장할 만큼 상당히 폭력적이다. 옛 여자친구에게 새로운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말고, 그 사람과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깡 신드롬으로 비의 여러 노래가 지상파 예능에 등장하고, 여러 광고를 찍을 만큼 유행이 됐다. 하지만 차에 타봐는 여전히 지상파에 나오지 못하며 유튜브에서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다. 깡과 달리 차에 타봐는 ‘타인’에 대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강요하고 피해를 끼치는 내용이다. 전 여자친구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서 데이트폭력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실제 데이트폭력을 당한 사람이 이 가사를 본다면, 재미보다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차에 타봐와 함께 조명을 받는 곡이 있다. 가수 시아준수의 비단길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게 다가와. 굳게 닫혀 있는 비단길을 열어줘. 긴장하지 말고 다리 힘을 풀어봐. 나를 믿고 편히 누워 눈을 감아 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난무하는 이 곡은 유튜브에서 ‘싫어요’가 ‘좋아요’의 6배가 많을 만큼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시아준수가 직접 작사한 곡이어서 더욱 충격을 준다.

싫어요가 좋아요보다 6배 많은 비단길 노래 (출처: 유튜브)


깡과 차에 타봐, 비단길 세 곡은 모두 처음에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깡은 나머지 두 곡과는 비교가 될 수 없게 호평을 받고 있다. 깡은 자신에 대한 내용이고, 차에 타봐와 비단길은 모두 타인에 대한 곡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내용이다. 자기에 대해서는 아무렇게 생각해도 존중해줄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강요와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차에 타봐, 비단길이 ‘깡’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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