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스케 Jun 17. 2020

더는 바라는 게 없을 때까지 무엇인가에 열중해봤는가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장르: 드라마
개봉: 2005.3.10
국가: 미국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웽크, 모건 프리먼 등

“더는 바라는 게 없어요.” 병상에 누운 매기는 말했다. 그녀의 목에는 산소호흡기가 달려 있었다. 별도의 장치 없이 그녀는 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복싱 챔피언이 될 뻔했던 그 날, 그녀는 상대방의 반칙에 의해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됐다.

경기 직전 긴장한 표정의 매기


매기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복싱 선수 준비를 하면서도 생계비를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주인 몰래 포장해갈 만큼 그녀는 가난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도 줄여가며 밤늦게 복싱장이 문 닫을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해 링 위에 오를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누군가는 매기에게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손가락질했다. 결국 복싱 챔피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있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을 돌봐준 스승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살 순 없어요. 전 뭔가를 해냈고 세상을 봤어요. 사람들은 내 이름을 환호했어요. 잡지까지 났었고. 언제 그런 꿈을 꿔보겠어요? 더는 바라는 게 없어요.” 이 영화의 결말은 결국 스승이 매기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스승도 매기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매기는 몇 차례씩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나날이 썩어가는 몸 상태 탓에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도 받았다. 상황이 악화되고 매기의 진심을 알게 된 스승은 결국 매기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매기는 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꿈도 이뤘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것이다. 그런 매기에게 남은 생은 오히려 지난 자신의 노력과 꿈을 깎아내리는 고통에 불과했다. 모든 것을 다 바친 매기에게 더 이상 후회는 없었다.

더는 바라는 게 없다고 병상에 누워 말하는 매기


취준생의 상태로, 프리랜서 작가의 상태로 1년을 보내면서 많이 소진됐다고 생각했다. 여러 고민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Ctrl+Z를 누른 것 마냥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경험을 겪었다. ‘더는 바라는 게 없을 때까지, 삶을 끊어도 괜찮을 때까지 무언가를 열중해본 적이 있는가’하는 물음은 뇌리에 박혀 떠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내 답은 NO였다.   

하루하루 버티며 노오력 해도 되지 않는 세상을 탓했지만, 그래도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고백하자면 취준생으로 살아가는 과도기에 머물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의 100%를 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회다. 100%를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더는 바라는 게 없을 때까지 무언가를 열중해본 적이 있는가’란 물음에 떳떳하게 대답할 때, 나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 서 있을 것이다. 취업에 성공했거나, 혹은 또 다른 모습의 자아를 찾았거나.

복싱이 좋아 새벽부터 훈련하는 매기의 모습
작가의 이전글 깡이 될 수 없는 노래 두 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