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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Feb 22. 2024

담쟁이 장례식 / 권분자


담쟁이 장례식


권분자


       

정맥 불끈한 손아귀들이 있어 

도시는 결코 폐허가 아니다


방금 발굴한 미라의 손가락뼈! 

담벼락에 걸린 형벌에 

두개골 안구는 이미 퀭하다


기세등등하던 건물에서 

담쟁이는 그렇게 눈을 감았나 보다

들끓던 발길이 끊긴 

높은 이의 장례식이 그렇다    


얼마를 오르려다 중단되고 말았을까

손 짚어 허공을 오른 흔적

발은 아래를 얼마나 아프게 밟았을까   

집단 무덤은 

아우성의 아랫자리에 생겨나고 


몽땅 털린 약자들이 

봄이 되면 도시의 여백에 

또 꿈을 내걸겠다고 

얼어 오그린 손 달달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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