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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ug 31. 2024

넝쿨 / 권 분자



넝쿨 


권 분자

  


뉴욕은 밤이라며 딸은

매일 한 낮만 되면 전화를 걸어 온다 


나는 딸을 생각하며

담장 아래 이국종 호박을 심어 놓았는데

동네 어른들 지나가며

신기하다 손가락질이다

 

얄굿게 생긴 호박을 두고

가끔은 펑퍼짐한 엉덩짝 찔러보고 싶은지

'양키다' '코쟁이다' 말이 많다 


내 딸은 지금 노랑머리 염색중

담장을 짚어 가듯 더듬더듬 영어에

콧소리까지 섞어 버무린다 


뜻모를 말에도 나는 벙긋벙긋

잘도 알아 듣는듯

한낮 코 박고 졸다가 너풀거리는 딸의 단꿈을

담장 위에 내다 건다 


내 잠도 구불텅

딸의 말도 구불텅구불텅

담장 위 기어가는 호박 넝쿨도

한 생의 곡선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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