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밤이라며 딸은
매일 한 낮만 되면 전화를 걸어 온다
나는 딸을 생각하며
담장 아래 이국종 호박을 심어 놓았는데
동네 어른들 지나가며
신기하다 손가락질이다
얄굿게 생긴 호박을 두고
가끔은 펑퍼짐한 엉덩짝 찔러보고 싶은지
'양키다' '코쟁이다' 말이 많다
내 딸은 지금 노랑머리 염색중
담장을 짚어 가듯 더듬더듬 영어에
콧소리까지 섞어 버무린다
뜻모를 말에도 나는 벙긋벙긋
잘도 알아 듣는듯
한낮 코 박고 졸다가 너풀거리는 딸의 단꿈을
담장 위에 내다 건다
내 잠도 구불텅
딸의 말도 구불텅구불텅
담장 위 기어가는 호박 넝쿨도
한 생의 곡선을 그리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