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거리며 내가 찾는 이상형은 강철로 된 몸, 그래서 쉽게 누군가를 사랑하지는 못 한다 해도 나, 죽기 전 한 번쯤은 더 너를 뜨겁게 달구고 말겠어. 그래야만 뻣뻣해진 내 관절도 말랑말랑 주저앉힐 수 있을 거야. 단단한 마음이 더 탄탄한 마음에게 지쳐서야 되겠어? 녹 주머니가 생겨났지. 툭 건들면 터질 꿈, 피어날 준비를 마친 거지. 멋진 본능에 중독 된 이유를 여과 없이 활짝 드러낼 거야. 오소소 돋은 녹물 반짝반짝 전율이 필요 해. 마음이 마음에게 홀딱 넘어가서 마음이 탄식하는 비명소리 뼈저리게 들려주고 말거야. 욱신거릴 통증, 어느 능선에 멍하게 띄워놓을 거야. 내 마음 떼울음이 산능선 붉은 노을로 펄펄 끓어 넘치도록.
-권분자의 <노을 찾기> 전문
화자의 내면 풍경을 거나한 저녁노을처럼 질펀하게 펼쳐놓고 있다. 산문시는 리듬과 호흡이 자유시보다 더 정교하고 시어들도 더 함축적이어야 한다는 필자의 평소 지론에 잘 맞는 좋은 시를 마지막으로 언급한다.
산문시에서 산문은 형식적 측면이고 시는 정신적 측면<김종길>이라는 무덤덤한 산문시의 정의 보다는 시의 정통성을 지키고 있는 정형시에서 벗어난 자유시, 그리고 자유시의 형식까지도 파괴한 산문시는 역으로 말하면 가장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한다. 언어선택, 비유와 상징의 언어 사용, 표현의 밀도 등에서 가장 정제되어 나타나야 한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시학사전>에는, 산문시는 짧고 압축되었다는 점에서 ‘시적 산문’과 다르고, 행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자유시’와 다르고, 보다 명백한 운율과 소리 효과, 이미저리, 표현의 밀도를 갖춘 점에서 짤막한 ‘산문 토막’과 다르다고 했다. (김준오,<시론>, p.99)
마지막 문장의 절창을 위하여 일사분란하게 달려가는 문장들과 세련된 언어 선택, 밀도 있는 비유와 상징이 구술체 리듬까지 획득하며 잘 짜여진 작품이 되었다. 특히 ‘노을’을 “강철-녹 주머니- 떼울음”으로 끌고 나가는 연상 과정과 힘 있는 반복법의 리듬감은 압권이다.
이구락 /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서쪽 마을의 불빛> <그 해 가을> <꽃댕강나무> 시선집<와선>등 출간, 대구시문화상, 대구시협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