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는 ‘덜(열)심히’ 살기입니다

by 작은 마음 수집가


나는 하루의 루틴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전날 미리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목록을 적는다. 머릿속에만 두면 불안하고,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문제는 그 루틴이 종종 나를 돌보는 장치가 아니라,

나를 몰아붙이는 기준이 된다는 데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하루를 지탱하는 구조가 있어야 편안하고,

크고 작은 ‘생산성’이 있어야 자존감이 유지되는 사람이다. 운동 역시 처음엔 체력을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운동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동을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도구’로만 여길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새 나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어떤 날은 ‘이만큼은 했어’라는 안심으로 하루를 닫고,

그렇지 않은 날은 ‘이만큼밖에 못 했네’라는 자책이 남는다.


그래서 올해부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할 일 목록에 넣기로 했다.

‘흘러가는 시간 느끼기 30분’,

‘에너지 충전 시간 30분’.

의도적으로 비워둔 시간에도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첫째 아이는 나와 많이 닮아 있다.

아침에 평소보다 조금 늦잠을 잔 날이면,

아이는 ‘지각할까 봐’ 울음부터 터뜨린다.

괜찮다고,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혹시라도 지각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된다고 말해도 아이는 금세 가라앉지 않는다.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열심히 하고 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이 어떤 무게로 아이에게 얹힐지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신 이렇게 말한다.

“재밌게 보내고 와.”


그리고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오늘의 나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본다.

“오늘 하루를 그저, 힘빼고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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