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에서, 나는 손을 놓았습니다

by 작은 마음 수집가


첫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막연히 초등학교 입학을 떠올리며 작은 목록을 만들었다.


일 년이라는 긴 호흡의 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다.

그 안에 네 가지를 적었다.


1. 이웃에게 인사 잘하기.

2. 올바른 젓가락질 연습하기.

3. 한글 어느 정도 읽고 쓰기.

4. 연필 잡는 손 모양 바꿔주기.


대단한 준비는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갔을 때, 조금 덜 주눅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목록은 아이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지만

불안이 많은 나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나는 원래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며 마음을 바쁘게 쓰곤 한다. 그래서 ‘준비’라는 이름으로 내 불안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아이는 네 가지를 다 해낼 수 있게 되었고,

오늘 드디어, 입학식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덜 불안했다.

아이와 학교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친구를 새로 사귀게 될까’ 기대를 먼저 건넸다.

처음이니 모를 수도 있고, 서툴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안심의 말도 보탰다.


그리고 입학식을 치르고 새로운 반에서 새 담임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와 말했다.


“엄마, 나 걱정이 하나도 안 돼.


“왜냐하면 아는 친구가 두 명이나 있었어.

사실 한 명도 없어도 사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니까!“


얼른 내일이 오면 좋겠어. 재밌을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조용히 비워졌다.


불과 한 두해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른들께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엄마 뒤에 숨던 아이가 이제는 “걱정이 안 돼”라고 말한다.




나는 그동안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시간은

나를 엄마로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서점에 가면

예전처럼 베스트셀러 매대 앞에서 설레기보다

자연스럽게 육아 코너로 발걸음이 향한다.

초등 입학 준비 책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는 내가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다.


그 시간이 결코 나를 잃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내 밭을 비워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밭에 씨앗을 옮겨 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너에게

나는 더 많은 것을 채워주기보다

네가 무엇을 심고 싶은지 묻는 엄마가 되고 싶다.


7년 동안 네 손을 잡고 걸어왔으니

이제는 한 걸음 뒤에서

네가 교문 안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등을

조용히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엄마가 덜 불안하니

아이도 덜 불안했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손을 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