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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Raggae와 트롯Trot 비교 (1)

문화유산 보호전승의 관점에서 살펴보기

by MTWT 김토일

2018년 자메이카 음악을 대표하는 레게(Reggae)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문화유산에 대한 보전과 진흥의 오랜 제도적 전통을 지닌 한국에서 보기에 1960년대에 비로소 형성된 유행가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은 상당히 낯설어 보인다.

음악적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통상적인 관념으로 보자면 레게는 매우 활발하게 창작되고 향유되는 당대 음악이며 세상에 등장한 지 불과 50년 남짓한 지극히 현대적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대표단과 총회로 요약되는 지구촌 시민들은 자메이카 레게를 보편적인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해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4wxMNt9G4

* 출처: 비디오머그, 2018.11.30.

레게는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의 음악과 노예들을 수탈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려 했던 서유럽권 사람들의 음악이 뒤섞여 생성된 음악이다. 여기서 레게와 비교대상으로 다루고자 하는 한국의 트롯 역시 식민지 상황에서 예속자와 침략자의 음악 언어가 이중으로 뒤섞여 창출된 음악이므로 역사적 문화적 변천 과정을 레게와 비교해 볼 만하다. 트롯은 레게 못지않은 오랜 역사와 대중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레게와는 정반대로 ‘전통’이라는 명명을 둘러싸고 수십년 간, 비교하자면 레게가 탄생해서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에 소요된 시간보다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적대적이고 지난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그곳으로부터 온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트롯의 인기가 고조되면서 과거에 비해 일본풍이라는 이유로 트롯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음악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적 국민 감정, 역사적 감정 앞에서 트롯을 한국 고유의 문화로 품으려는 일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 같은 일로 남아 있다. 1960년대 이후 트롯은 영역을 확장해 가면서 매우 포괄적인 성인용 가요의 집합체가 되었지만 일본적 정조로 비판받는 음악적 특성이 트롯 내부에 여전히 중요한 일부로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t_H1UFRcw

* 한국 최초의 트롯, 황성의적(고성의밤), 1933 / 출처: 유행가앨범(유튜브), 2021.4.6.


트롯이 여러 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 고유의 문화로 인정받게 된다면 정책적인 지원과 진흥도 자엽스럽게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공공의 예산이 본격적으로 트롯에게도 분배되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이해관계자들이 가담하는 새로운 논쟁이 더욱 격렬한 실력 투쟁으로 차원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왜색’의 뿌리는 언제든지 거친 돌부리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롯의 재유행과 재조명의 시대를 맞아 트롯 논의가 왜색성 유무 논쟁으로 이끌리는 대신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주제의 장에서 생산적으로 펼쳐질 필요가 있다.


트롯에 대한 지난날의 논의가 한반도라는 일국의 역사성 혹은 한‧일 양국의 특수한 관계 속에서 그 적절성을 살피려 했다면 본 글과 앞으로 이어질 연재글에서는 새로운 해외 사례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트롯의 좌표를 우회적으로 확인해보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특히 201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메이카 레게는 비교 사례로서의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가입국으로서 한국인들의 트로트에 대한 태도를 3자적 관점으로 환기시켜 보고자 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E442_o0AOyE&t=261s

( ※ 레게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당시의 현장 스케치. 영상에서 살펴볼만한 점은 우리가 '아리랑'을 등재할 때와 자메이카가 '레게'를 등재할 때 유네스코 회의장에 출장간 사람들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시간적 차이도 있고 세부 일정상의 차이도 있을수 있어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왠지 더 가진 우리가 더 쫄려보이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훗날 자메이카가 어떤 계기를 만나 상당기간의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발전의 평탄면에 상호 이르고 나면 그 이후로는 자메이카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행복할까봐 살짝 걱정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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