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은?
2025년 12월 초,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자문위원회가 "산모가 B형 간염 음성인 경우, 신생아에 대한 일괄적인 출생 직후 접종 권고를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체 CDC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요? 그리고 이 결정이 품은 함의는 무엇인지, 나아가 한국의 현황은 어떤지 비교하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B형 간염 유병률이 낮았으며, 30년이 넘는 보편적 접종으로 감염 고리를 성공적으로 끊어냈습니다.
전체 유병률: 약 0.7%(2023년)
신생아 감염: 2023년 기준 미국 내 아동의 B형 간염 감염은 거의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cdc.gov/hepatitis-surveillance-2023/hepatitis-b/index.html
미국은 1991년부터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30여 년간 미국 내 아동·청소년의 B형 간염 감염률은 99% 이상 감소했죠.
한국의 B형간염 예방접종은 미국보다 4년 늦은 1995년에 시행되었습니다. 한국은 과거 B형 간염 유병률이 10%에 육박했던 ‘고위험 지역’이었으나,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성공으로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전체 유병률: 약 2.4%
연령별 격차:
10~20대: 1995년 의무 접종 도입 이후 세대로, 유병률이 0.3%로 매우 낮습니다.
40~50대 이상: 백신 도입 전 세대로, 이 구간의 높은 유병률이 전체 평균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B형 간염 접종 권고를 폐기하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세대 교체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죠. 중장년층의 유병률은 높고, 젊은 세대를 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애초에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지도 않았고, 2023년에도 0.7%로 유병률이 낮아진 만큼 국가가 백신접종을 강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전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조기 접종을 줄이자’는 정책 기조가 대세입니다. 대표적인 백신 반대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에 있기 때문이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기조에 따라 백신의 선택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백신 부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백신 부작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B형 간염 예방접종에 대한 다른 나라의 입장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WHO는 전 세계 모든 신생아가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첫 번째 B형 간염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유지합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도 B형 간염이 필수 국가 예방 접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북유럽은 선택적 접종 방식을 채택하는데요. 북유럽 국가들이 신생아 강제 접종을 안 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에 바이러스 자체가 거의 없어서’라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혹은 가족 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B형 간염 유병률이 0.1% 정도로 낮습니다.
영국은 원래는 선택적 접종 방식이었으나, 2017년부터 정책을 바꿔 모든 신생아에게 백신을 맞히기 시작했습니다.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신생아에게 전원 접종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번 B형 간염 신생아 예방접종 의무화 철회 결정이 미국 내 B형 간염 유병률 수치를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다른 나라는 바뀐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 기대되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