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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20. 2019

[호텔 델루나], 정말 존재할까?


 호캉스라고 아는가? 호텔과 바캉스를 합친 말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용어가 생길 정도로 호텔을 이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여행을 통한 충전 대신, 호텔에서 푹 쉬면서 자신을 충전하는 휴가가 생각보다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텔! 그런데 호텔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걸까? 사람 이외의 존재들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이 아닌 존재, 소위 귀신들이 마지막으로 들리는 호텔이 한 곳 있다. 그곳은 바로 [호텔 델루나]다. 단순히 귀신들이 쉬는 곳은 아니다. 자신에게 남은 삶의 마지막 한을 풀기 위해 들리는 장소다. 나름 의미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과연 현실일까? [호텔 델루나]는 드라마 안에선 확실하게 존재한다.      


출처, 호텔 델루나

     

 [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신기하게도 사람이다. 바로 구찬성(배우 여진구가 맡은 역할)이란 인물이다. 구찬성은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으로 일하라는 반강제적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살아있는 존재로서 귀신들이 넘치는 호텔에서 일한다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만약 나한테도 같은 제안이 들어왔다면 즉시 거절했을 것이다. 고민하는 와중에 하필 미모의 귀신을 만났다. 바로 호텔 주인 장만월(배우 아이유가 많은 역할)이다. 그 이후에 구찬성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호텔에 들어가서 일을 하며 장만월 사장과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솔직히 부러웠다.) 

         

출처, Pixabay


 솔직히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놀랬다. 내가 그동안 직면해왔던 죽음을 색다르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되기 이전, 병원 실습을 돌 때부터 죽음을 본의 아니게 많이 목격했다. 또한 가족의 죽음도 직접 마주한 적도 있다. 직접적, 간접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 많은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걸 믿을 수 없었고,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수많은 울음, 그 이후의 공허함 등... 죽음과 그를 둘러싼 것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너무 무거운 나머지 나는 평소에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면 가능하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늘 무겁게 생각하던 나에게 있어, 죽음과 그 이후를 편하게 표현한 [호텔 델루나]는 충격 그 자체였다. [호텔 델루나]는 어떻게 죽음이라는 소재를 무겁지 않게 살려낼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했다. 그러던 와중, 우연찮게 읽었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을 통해서 나는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죽을 준비가 될까? 우리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그 두려움을 오래, 아주 오래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 즉 우리 모두 미래의 시신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60쪽

 우리는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부터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린 정해진 사실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맞이하겠지만 지금 당장 알기에는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진실을 향해 고개를 돌려야 한다.     


 주인공 구찬성은 [호텔 델루나]에서 지배인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물론 장만월 사장님 때문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보다 큰 이유는 살아있음 이면에 언젠가 맞이해야 할 죽음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혼자 살아있는 존재였음에도 죽은 자들과 지내며 지배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출처, Pixaby


 [호텔 델루나]가 정말 있을지 없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죽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진위여부를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 이후 만나게 될 [호텔 델루나]를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부터 하자. 진실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느리게 돌려보도록 하자. 차근차근 우리 모두도 미래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해보자.     


Ps.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은 죽음과 관련된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준다.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참고자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샐리 티스데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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