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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17. 2019

개그맨 김영철씨, [아는 형님] 계속 할 수 있는 이유

 

출처, 개그콘서트 코너 [대화가 필요해]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낄낄낄”, “ㅋㅋㅋ”    

 세상엔 수많은 웃음소리가 있다. 이 웃음소리들을 단 한 번이라도 더 듣고자 노력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개그맨이다. 개그맨들은 성대모사를 배우고, 매주 새로운 개그 코너를 회의하며, 다양한 예능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만약 개그맨들이 “재미없어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예능에서 “노잼이야”라는 말을 매주 듣는 개그맨이 있다면 어떨까? 하다하다 웃기기 위해 하차 공약까지 걸고 방송했다면 믿어지는가? 바로 [아는 형님]의 개그맨 김영철 씨가 그 주인공이다.      

 

출처, 예능 [아는 형님]


 솔직하게 나도 김영철 씨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이라 여겼던 적이 많다. 예능 [아는 형님]의 다른 출연진과 상대적으로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막 던지는 미친(?) 컨셉의 김희철, 간헐적이지만 한 번씩 빵빵 터트리는 민경훈, 천생 개그맨이 확실한 이수근, 늘 놀림당하는 서장훈과 강호동, 뭔가 모르게 애잔한 이상민! 확실한 컨셉의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김영철 씨는 재미없는 컨셉이 그나마 경쟁력(?) 있었다. 예능을 보다보면 김영철 씨가 가끔은 안타까웠다.       


 ‘김영철 씨는 노잼’이란 생각을 가졌던 내가 최근 들어 그의 개그에 웃기 시작했다. 기분 탓이라 여겼다. 김영철 씨만 보면 느꼈던 연민으로 개그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해준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위축된 느낌을 주던 김영철 씨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그에게 자신감을 준 것일까?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김영철 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을 당시, 김영철 씨는 스스로 개그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담감으로 인해 점점 위축되는 와중에, 자신의 곁에 있던 PD, 작가, 강호동 씨 등이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담당 PD : “너보다 수근이가 더 스트레스 받을 거야. 수근이는 이번에 10번을 웃겼으면 다음주에 11번 더 웃겨야 해. 넌 이번에 웃겼지만, 계속 재미없었잖아? 그러니깐 다음에 꼭 웃길 필요 없어. 걱정하지 마”     


작가 누나 : “인질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앉아 있다 가”     


강호동 : “네가 스트레스 받고 나가면 우리가 장난으로 재미없다고 한 게 진짜가 되니깐 나가면 안 된다. 그냥 편하게 있어라”     


 김영철 씨는 이런 조언들을 듣고 자기 자신을 꼴등이라 여기며 방송하기 시작했다. 웃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 덕분일까? 이전보단 밝아졌을 뿐만 아니라, 훨씬 재미있다.      


 “좀 망해도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     


 주위에서 많이 하는 조언들이다. 이 조언들은 하기 쉬울지 모른다.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실패 그 자체를 다들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만 실패를 두려워한 것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 늘 완벽하게 묘사가 되는 드래곤도 마찬가지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의 주인공인 어린 드래곤, 어벤츄린은 실패를 겪고 무너져버렸다. 어벤츄린은 마법사에게 속아 드래곤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 중에 먹었던 초콜릿에 반해 인간으로서 초콜릿을 만드는 삶을 살고자 결심했다. 초콜릿 제조 과정을 배우는 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어벤츄린 입장에선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 오히려 일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실패를 했다. 실패 단 한 번에 좋아하던 초콜릿 만드는 일을 포기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 때 어벤츄린의 스승 마리나는 이렇게 말한다.        


 살다 보면, 과거에 실패한 경험에 눈이 가려서 그 너머는 안 보일 때도 있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 실패가 불쑥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는 거지. 하지만 .....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건 변명조차 안 돼!

우리가 망한다면, 뭐 어때? 그럼 다시 시작하면 되지. 또 다른 나라들을 다섯 군데쯤 걸어 다녀서라도 새로운 터전을 찾으면 돼. 내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줄 알았어?

-초콜릿 하트 드래곤 236쪽-     
  

 김영철 씨의 마음이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통해 이해되었다. 웃기는 걸 좋아하기에 개그맨으로서 잘하고 싶었다. 생각한 만큼 잘 안 되니 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부담감을 버렸다. 망해도 괜찮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수용하기 시작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기에 [아는 형님]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게 있고, 잘 하는 게 있는데 원하는 만큼 안 나온다? 부담감을 가지지 말자. 오히려 내려놓아 보자. 다시 시작해서라도 또 잘해내면 되니깐. 포기하지만 않고 노력하면 된다.      


참고자료
1. 초콜릿 하트 드래곤, 스테파니 버지스, 2019
2.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김영철 편
3. 예능 [아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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