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을 부산에서 쭉 살다가, 군 대체 복무인 공중보건의사로 3년 동안 전라남도 순천에 살게 되었을 때, 주로 하던 고민이 있다.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뭐 하고 놀면 좋을까?
가족들이 온다는데 뭘 보여드리면 흡족해하실까?
혼자 사진 찍고 바람 쐬고 싶은데, 오늘은 어디로 향해볼까?
수많은 생각 끝에 이리저리 코스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넣었던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순천만 습지다.
https://scbay.suncheon.go.kr/expo/index.jsp
순천만 습지는 걷기도 좋을 뿐 아니라, 광활한 풍경을 눈으로 담을 수 있기에 금세 행복해지며,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그런 곳이다. 코로나 시국에 3년 가까이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서 잊어버렸던 신선하고도 깨끗한 공기를 얼굴로 직접 마주할 수 있기에, 가면 갈수록 더 자주 가고 싶은 장소랄까?
여유롭게 걷다 보면 갈대밭으로 직진하는 다리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위에서 찍을 수 있는 풍경들은 정말 예술이다. 눈으로 한껏 담았던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볼 때마다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에, 힘든 순간에 보게 되면 기분 전환이 금방 된다고 할 수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서 생기는 게 바로 습지이기에, 육, 해, 공을 조화롭게 즐겨볼 수 있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갈대밭들. 이들을 꼭 봐야 하는 시기는 바로 가을이다. 9-10월에 보게 되는 갈대밭은 최고 중의 최고로,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갈대밭을 한참 보다가 하늘을 보았을 때, 넓고도 푸른 하늘과 구름 덕분에, 마음속의 응어리들이 시원하게 정리된다.
순천만 습지에 위치한 용산 전망대로 쭉 올라가다 보면, 습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해질 때 가서 보는 걸 추천한다, 석양 아래에 위치한 순천만 습지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 절대 잊지 못할 거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구나!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여름에 가면 큰일 난다. 한여름의 순천만 습지에서 갑자기 힘 빠지고, 어지럽고, 구토, 두통은 물론이며, 졸리다가, 운동기능 상실과 경련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풍경이 멋져서 그런 거냐고? 절대 아니다. 물론 그런 증상이 일어날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말한 건 열사병과 관련된 증상이다. 여름에 방문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더위 그 이상이기에, 열사병을 피하는 게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한다. 오죽하면 슬리퍼가 녹아내리기까지 하겠는가? 한여름의 뜨거운 낮에 슬리퍼 신고 놀러 갔던 지인이, 돌아올 땐 맨발이었다고 하니, 절대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리라.
가능하다면 가을에 가는 걸 추천한다. 갈대밭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면서, 그와 어울리는 광활한 하늘까지 추가가 되는 때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신기한 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데도, 나 혼자 있는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매우 큰 곳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 자체가 주는 압도감 때문일까?
그런 매력 덕분에, 첫 직장을 다니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주 방문했다. 순천에서 3년을 살면서, 옆 동네 놀러 가듯 갈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 아니었을까?
자연 그 자체를 피부 표면으로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순천만 습지이다.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풍경을 온전히 잘 즐길 수 있는 만큼, 살면서 한 번은 꼭 가보길 바란다.
1년에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기에, 올해도 꼭 가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