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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un 08. 2023

나 제주에서 일주일만 살다 올게

1.      


제주도에 도착한 직후, 그토록 고대하던 해물떡볶이를 영접했다.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에, 해물로 인한 바다 저 깊숙하고 진한 맛까지 느껴지니, 한층 더 고급스러운 식사처럼 느껴지더라. 

매운 걸 먹으니, 이번엔 달달한 게 생각나네? 스타벅스에서 판매한다는 말차 프라프치노를 눈으로도 만나고, 입과 배로도 만났다. 다양하게 접선하니, 그것도 그 자체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 겸사겸사 바깥의 바다를 보며 시각이 즐거운 건 덤이었고.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몸이 무거운 듯하네. 숙소의 욕조에 가득 모아둔 뜨거운 물에 내 몸을 맡기니, 안경에 김이 서렸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잡기만 해도 손이 얼어버릴 거 같은 맥주 한 캔을 “탁” 까본다.     


2.     


좋은 날씨였다. 제주도에선 이렇게 화창한 날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나는 운이 따르는 편인가? 덕분에, 바닷가 앞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즐겨본다. 

해변을 따라 걸을 맛이 난다. 에메랄드 색깔을 가득 품은 바다 때문이다. 20년 넘게 부산에서 살면서도 저렇게까지 투명한 바다는 본 적 없었는데, 제주도 바다는 달라도 뭐가 다르긴 한가 보다. 비결이 무엇일까? 

한참 걷다 보니 배고프다. 뭐 먹지? 생각하다가 눈앞에 있는 게 술집이라 그냥 들어갔다. 뭐든 팔겠지! 마침 먹고 싶었던 새우회와 함께 제주도의 명물인 한라산을 주문했다. 회가 달달하고 찰지니, 소주 한 병은 거뜬하더라.

알딸딸한 상태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해가 지는 걸 멍하니 지켜봤다. 노을이 드리워지는 그 모습 자체가 왜 이리 아름다운가? 평소에도 이런 여유를 가지면서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3.     


오늘도 어디론가 향한다. 일단 모르겠고, 걷고 본다. 날씨가 좋은 탓에 길거리가 자기 집인 것처럼 누워있는 고양이도 만났다. 

나도 쟤처럼 편하고 싶다. 늘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네.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독서를 시작한다. 

그날은 수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4.      


사실 나는 그리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학적인 합성으로 이루어진 냄새가 가득한 알코올이 뭐가 그리 좋으랴? 그래서 조금만 마시는 편이다.


파전과 보말 칼국수에 막걸리 한 사발.

제주맥주 공장의 따끈따끈한 맥주와 김부각.

칵테일과 감자튀김.     

이 정도면 적당히 마신 편이지!

아니라고? 그럴 리가!     


5.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꽃서점 1일차입니다] 저자 권희진 선생님이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드리고, 커피 한 잔 들고, 서점 [디어마이블루]에 방문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그녀와 함께 한참 수다 떨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가더라.

책에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좋은 선물 감사합니다.     


 위의 이야기들은 나 혼자 떠난 7박 8일의 제주도 여행이다. 일주일 동안 뇌가 파업했다.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오로지 무계획 하나만으로 이리저리 다녔다. 걷다가 카페 가서 책 읽고, 그러다가 생각나는 거 먹고, 이왕 먹는 거 술도 한 잔 들이켜다가, 제주도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되고 해제된 지 며칠 안 된 상태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멍 때리면서, 그 어떤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보내던 7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      




6.      


 1년이 흘렀다. 휴가 때, 친구랑 여행을 떠났다. 똑같이 제주도로. 그땐 이전과는 달랐다.

 “어디 갈래?”

 “넌 어디 가고 싶은데?”

 “난 돼지고기는 반드시 먹어야 해!”

 “그럼 나는 사격만큼은 꼭 하고 싶어.”

 “그러면 가고 싶은 거, 하고픈 일들 모두 다 지도 어플에 표시하자. 다 정리되고 나면, 그중에서 꼭 해야 할 일들 먼저 정하자!”

 “그럼, 중간에 생기는 빈 일정은 그때그때 지도에서 보고 하는 걸로?”

 “그렇지! 바로 그거지!”   

 친구와의 여행은 MBTI로 표현하자면 J와 P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어느 정도는 계획적이나, 언제든지 꽂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밥 먹고 자려다가, 치킨과 맥주까지 먹어버렸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원래 가고자 했던 해장국 집을 아침 일찍 방문했다.

 이후 SNS에서 유명한 빵집에서 한참 줄 선 끝에야 냠냠쩝쩝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계획했던 제면소가 하필 닫아서, 지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횟집을 가니,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고 즐겁더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맞이한 후, 예약이 한 달 밀려있는 유명한 식당으로 향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엔 몸을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사격도 하고, 피시방 가서 게임하고. 산방산 온천에서 몸을 지지기도 하는 등으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한밤중이더라. 역시 쉴 때 시간이 잘 간다.

 동문시장에서 먹거리들과 함께 술 한 잔 하고, 피시방 갔다가, 숙소에서 좀 쉬고자 했는데, 또 피시방으로 향하게 되더라. 제주도 와서 피시방이라니! 이게 무슨 짓인지…….   

 아! 참고로 먹기만 한 건 절대 아니다. 먹는 게 휴가에서 비중을 80% 이상 차지한 건 틀림없으나,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들을 이리저리 찍은 건 일정에서 덤이었을 뿐이다.       


7.      


일주일 동안의 무지성 여행.

친구와 함께한 계획과 무계획의 적절한 조합을 바탕으로 한 여행.

그 이외에도 수많은 여행의 형태가 존재하리라.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여보, 나 제주도에서 한 달 살다 올게]가 대표적인 예시다.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의 제안을 받아 제주도에서의 한 달간 글쓰기 여행을 하게 된 편성준 작가. 남편이 섬으로 가서 없는 사이, 고독과 외로움을 동시에 마주하며 점차 익숙해지는 윤혜자 작가가 쓴 이야기다.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313605





 책 [여행 준비의 기술]엔 이런 말이 있다.     


 ‘평소처럼, 평소와 달리’


 좋아하고 원하던 장소나 맛집을 가는 ‘평소처럼’도 중요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나는 이전과는 달라져야 더 많은 추억이 생기기에, 별 관심 없었던 일도 체험하고 도전하는 ‘평소와 달리’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 각자만의 여행이 있을 거다.     


 나만 해도 그렇다. 상당히 계획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정반대다. 무계획의 끝판왕을 오히려 선호한다. ‘평소와 달리’를 추구하는 거다. 물론 가족, 친구와 갈 때는 어느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이때는 ‘평소처럼’ 살면서도 ‘평소와 달리’ 지내기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다고나 할까? 언젠가는 편성준 작가님처럼 ‘살아간다’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건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하고픈 마음이기에 ‘평소와 달리’에 가까운 거라 할 수 있겠지? 


 단 하나의 지역이라도 방식에 조금씩만 변화를 주면, 색다른 여행을 매번 즐겨볼 수 있다.     


 고착화된 여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걸 추구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여행준비의 기술]을 한 번 추천한다. 저자는 매우 특이하다. 의사 출신인데, 21년 차 저널리스트이면서도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여행준비러’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몸소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저자만의 여행 준비의 팁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읽으면서 여행 떠나고 싶은 욕구가 엄청나게 들도록 만드는 책이니까, 휴가 계획 잡을 때 한 번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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