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17]에 나왔던 챕터 제목 중 하나다. 치열한 경쟁, 그로 인한 인간관계 해체, 사회 안전망의 불안정, 수명연장으로 인한 노후화. 이 모든 게 합쳐지면서 사회가 많은 걸 책임지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다. 그것이 바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2017년에만 해도 이 파트를 읽을 때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진 않았다. 알아서 살아남는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거 아냐? 돌이켜보니 아니었다. 각자도생이란 단어를 나는 너무나도 안일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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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풍수전쟁]에서 또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다. 인구수가 줄어들면서, 나라 자체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떨어지며, 2050년에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보다 국가 경쟁력 순위가 아래가 될 거라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7], [풍수전쟁]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아닐 거 같다고? 차마 부정하진 못하겠다. 우리는 건강보험료, 세금, 연금 등의 타격을 직격으로 맞으면서도, 물가가 오르는 것도 목격하고, 그에 따라 월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는 등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취업 준비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건 이제 많은 이들이 잘 알 테다. 수명 연장으로 노후가 길어짐에 따라, 만성 질환에 대한 의료 비용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더불어 연금 역시 고갈 위기에 다다랐다. 사회 안전망이 약해진 건 최근의 뉴스만 봐도 잘 알 거라 여긴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993405
https://www.mk.co.kr/news/politics/10808663
어떻게든 근근이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 바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의 이야기를 그때 좀 새겨들었다면 미래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다, 내가 3번 이상 읽었던 [개인주의자 선언]이 생각났다.
(21, 2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기라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자유를 때로는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바이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26쪽)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다.
(27쪽) 어차피 정답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 어사 박문수나 판관 포청천처럼 강력한 직권 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악인을 엄벌하는 것을 바란다.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혜안 있는 영웅적 정치인이 홀연히 백마 타고 나타나서 악인들을 때려잡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95쪽) 복잡한 현실적 조건들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은 전문가들의 몫일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 전체가 바뀌기 전에는 부분적인 개선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끊임없이 서로 대화한다며 더디더라도 옳은 방향을 향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9409
그렇다.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은 개인주의가 아닌, 바로 ‘합리적’인 개인주의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합리적’인 개인주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누군가 이를 해결해주길 바라선 안 된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를 우리 자신이라 여기며, 남들과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걸 국가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도생을 이렇게 유지하다가 정말 모두가 한순간에 박살이 나버릴까 두렵다.
다행히도 사회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여길 만한 증거들이 꽤 있다.
버스에서 쓰러진 60대 여성에 대해 즉시 응급처치를 시행한 간호사.
칼부림 속에서도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고등학생.
이 내용들은 최근의 이야기다. 이 이외에도 수없이 있으리란 걸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믿는다.
https://www.fnnews.com/news/202306221320472900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80451667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 속에서도 타인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고 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가 되지 않는다면, 망할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말이다.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다 같이 망하기 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내용이었다.
출처
1) 개인주의자 선언 / 문학동네 / 문유석 / 2015년
2) 트렌드 코리아 2017 / 미래의창 / 김난도 외5명 / 2016년
3) 풍수전쟁 / 이타북스 / 김진명 /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