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2020년 코로나19 등장 전만 해도 도서관에 자주 갔으니 말이다. 수많은 도서, 책에서 풍겨 나오는 종이 냄새, 공부나 독서 등으로 열정을 태우는 사람들, 조용한 분위기 아래에서 책 넘어가는 소리 …….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좋았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설렐 지경이었으니! 왠지 모르게 열정이 다시 샘솟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흥분되는 등 기분이 마냥 좋아졌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늘 마주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놈의 수많은 책 중에서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하지?
소설이 많네? 소설 읽을까?
아니다. 문학책을 오랜만에 볼까?
아니야. 자기계발서를 읽어보자.
잠깐! 최신 베스트셀러는 뭐지?
이러지 말고 스테디셀러가 뭐가 있는지 찾아볼까?
제대로 독서하겠다고 결심했으나 이리저리 방황하던 21살의 독서 왕초보 시절 (지금은 독서 초보 정도는 졸업하는 단계는 아닐까?), 나에게 있어 책 고르는 게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었다. 30대가 될 때까지 매해 빠짐없이 독서하고 나서야, 나름대로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
코로나19와 마주하며, 많은 사람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다. 코인 안 해봤다는 사람은 내 주위엔 없었고,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이를 보지도 못했으며 (‘대체로는 집은 살 수 있을까’라는 말이긴 했다만), 주식은 기본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식에 대해서 1도 모르던 시절, 주식에 관해 관심을 가져보고 싶었다. “주식의 기본적인 개념을 잘 알려주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 그러다 찾은 책이 바로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한 가지 생각에 직면했다. “개념은 알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실전에서 적용해볼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한 끝에 보게 된 게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 등이다.
이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경제 관련 도서들은 없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등 역사와 경제를 섞은 책들을 접했다. 위의 두 책을 읽다가, 저자 홍춘욱 선생님의 책을 더 보고 싶었다. [밀레니얼 이코노미],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등으로 독서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이 궁금해져 [20대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부터 출발했다. 그러다 문뜩 한 가지 생각에 꽂혔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어디서부터 돈을 지켜야 할까 고민하다 [보험, 덮어놓고 가입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딱 2번만 읽으면 스스로 가능한 종합소득세 신고] 등 그동안 몰랐으나 이제는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읽게 되었다. 부자들의 생각이나 마음가짐 또한 알고 싶어 [돈의 속성]을 열심히 봤던 때도 생각난다.
알겠는가? 재테크라는 큰 분야로 조금씩 깊게 파고들어 간 거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재테크와 관련된 내용만 자꾸 보려고 하니 재미가 없었다. 활활 타오르던 열정이 식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시에, 자꾸 한 분야에만 매몰되는 기분도 없잖아 있었다. 나의 다른 관심 분야들도 무엇이 있는지 떠올렸다. 그리고 금방 답이 나왔다.
“의사 선배님들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까?” 그 생각에서 출발하여 [만약은 없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어쩌다 정신과 의사], [골든아워 1, 2] 등으로 나아갔다. 이후, “요새 헬스 케어가 유망하다던데”라는 생각에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를, “코로나 사회 이후 어떻게 변할까”라는 고민으로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죽음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으로 관심을 가졌다.
문학도 제대로 보고 싶어서 [불편한 편의점], [망원동 브라더스] 등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자기 계발 좀 하고자 결심하여 [완벽한 공부법],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여덟 단어] 등 열심히 읽어나갔다. 이후, 법, 역사, 인간관계, 글쓰기 등등 다양한 분야로 독서를 넓혀갔다.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말한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를 하게 되면 같은 분야의 많은 책들이 점차 뻔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저자가 인용한 내용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어느 순간 자신이 저자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확장한 세계만 파고들다 보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든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에 가득 차서 헛소리를 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남독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면 누구나 곧바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된다. 남독은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침범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겸손을 배우게 되며, 이는 사유를 확장시킨다.
-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너무 한 분야만 파고들어도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이다. 다양한 분야로 독서를 넓혀가는 걸 추천한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정했다? 그 이외의 분야도 정했다?
그럼 이젠 읽고 보는 거다. 이왕이면 많이 보는 게 좋다. 그래야 그 분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많이 먹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살이 쪘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오해하지 말길!), 다독은 오히려 좋다.
위에 말한 것들은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다룬 내용들이다.
1. 나의 주된 관심 분야는? - 계독 : 한 분야 깊게 읽기
2. 주된 관심 분야 이외에 관심 가져 보고 싶은 것은? - 남독 : 다양한 분야 읽기
3. 일단 읽고 보자. - 많이, many, too much - 다독 : 많이 읽기
이외에도 해당 책에서는 느리게 읽는 만독, 관점을 가지고 읽는 관독, 다시 읽는 재독 등 다양한 독서 방식을 다룬다.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무엇보다, 독서에 큰 부담을 가지지 말고 나랑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 봤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꼭 그랬으면 좋겠다.
참고 자료 :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고영성 / 스마트북스 / 2015
[해당 책은 저의 시선을 바탕으로 요약한 것이기에 다른 이들이 읽으면 다른 관점으로도 해당 책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해당 책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