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눌러지면서 점점 아파온다. 귀, 눈 주위, 머리 등도 점점 조이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동시에 나의 온 몸은 땀으로 젖어가며, 동시에 숨 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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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증상들은 의료진들이 우주복처럼 생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난 후에 주로 발생한다. 이런 불편함은 옷을 벗고 나서도 계속 된다. 마스크, 고글 자국이 좀 오래 남아 있는 건 양반이다. 코, 귀, 눈, 머리 주위에서 발생했던 통증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남아있을 때도 있다.
통증들은 사실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도 버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생리현상이다. 의료용품의 부족으로 Level D을 최대한 벗지 않으려다 보니, 화장실 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출근할 때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삼가게 된다.
환자가 언제 선별진료소에 방문할지 모르기에 점심, 저녁시간을 따로 챙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하루 첫 끼를 오후 3시에 먹을 때도 있다. 물론 배고프다. 하지만 배고픈 것은 Level D로 인한 불편함이나 생리현상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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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생활을 하며 나의 원래 일상이 그리워졌다. 진료를 보더라도 중간 중간에 먹을 수 있었던 커피, 제 시간에 먹을 수 있었던 식사, 필요할 때마다 갈 수 있었던 화장실 등 사소한 그 모든 자유들이 그립다.
다른 분들도 나랑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바깥에서 마음 편하게 산책하고 싶고, 연인과 함께 봄을 맞이하여 벚꽃 구경하러 가서 사진도 찍고 싶을 것이며, 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고, 친구들과 만나 술 한 잔 하며, 카페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노닥거리던 그 모든 것들을 당장 하고 싶을 것이다. 바깥에 그냥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거 이해한다. 나 역시 그러고 싶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4월 10일 00시 기준으로 한국은 코로나 19 확진 10,450(+27)명, 사망 208명, 확진환자 격리해제 7117명이다. 한국은 이전에 비해 상황이 괜찮아진 편이다. 허나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더욱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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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
계속 집에만 있는 게 너무 힘들 것이다. 친구, 연인, 지인 등을 만나지 못하고 고독하게 있는 생활이 지겹기도 할 거다. 그럴수록 더더욱 버텨야 한다.
출처, Pixabay(왼쪽 기준 1,3번째 사진), 네이버(왼쪽 기준 2번째 사진)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일수록 천천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그동안 읽고 싶었지만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을 사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소설, 에세이 등 즐겁게 책을 읽어도 좋다. 또는 경제, 사회, 철학 등등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자기 계발을 하는 것도 좋다. 어떤 분야에 상관없이 독서를 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고전 영화부터 최근에 나온 영화까지 보고 싶은 것을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다. 드라마도 [이태원 클라쓰],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밀렸으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보자.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다 보면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길고 긴 시간들을 잘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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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언제 끝난다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건 금방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거 하나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 같이 사회적 거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왕 버티는 거,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노력해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최대한 오래 버텨야 우리의 자유로웠던 일상을 빨리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