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 “이런 거 할 시간에 공부나 하러 가세요.”
나 : “선생님, 저 말이 좀 심하신 거 아닌가요?”
상대방 : “아니, 자기 할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왜 쓸데없는 짓 하나요? 공부나 하세요.”
기억에 남는 전화에서 들었던 대답이다. 아직까지도 전화 속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솔직히 마음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나는 통화 할 때 예의에 어긋나게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상대방도 처음 통화하는 사람한테 예의에 어긋나게 말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통화를 한 나에게 ‘공부나 하러 가세요.’라니... 아직도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상황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감사하다. 그 선생님 덕분에 얼마나 현실이 냉정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강연 홍보를 위해 전화를 했다가, 이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 우리 강연 팀 이름은 [이야기 한 잔]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를 커피 마시듯 편안하고 쉽게 전달하는 걸 목표로 하는 팀이다. 우리 팀은 현재 나와 내 친구 단 두 명이다. 서로가 팀원이자 공동 대표이다. 우리가 팀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6년 10월이었다. 당시 각자 중학생 대상으로 개인 강연을 6~7번 정도 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으니 팀으로 활동하면 더 잘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알고 보니 허상이었다. 생각보다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걸, 오히려 냉정하다는 것을 이 한 통의 전화로 깨달았다.
이 이후 우리는 강연 활동하는 것을 포기했을까?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약 4년의 강연 활동을 했다. 중간에 각자의 사정으로 쉬는 때도 있었으나, 그 와중에도 강연 관련 연락을 해주신 분들이 꽤 있었다. 이제는 이전에 강연했던 곳 뿐 아니라 새로운 기관에서도 연락 오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바로 열정이다. 정확히는 ‘의학과 한의학을 그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라는 우리만의 열정이었다. 현실이 냉정하다고 우리의 열정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보여주고 싶었다. 끝까지 달려보기로 결심하고 열정을 더 불태웠다.
우리는 열정을 증명해내고자 단 하나의 기회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부산에 있는 전 고등학교에 전화를 돌려 단 한 번이라도 강연을 더 해보려고 했다. 때론 무시하는 통화에 상처를 받았지만, 우리는 기죽지 않고 더 전화를 돌렸고, 기획안을 보냈다.
강원도 강릉에서 강연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우리는 부산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새벽에 무궁화호 8시간을 타고 가서 강연을 했다.
팀원이자 공동대표인 내 파트너 K의 학교는 일산에 있다. 보통 강연이 잡히는 것은 파트너 K의 학교가 개강했을 때였고, 강연 장소도 주로 부산이었다. 일산에서 부산까지 보통은 기차, 버스로 6시간은 걸린다. 수업도 듣고 강연도 하려면 선택지는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비행기였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당일치기로 많이 왕복했다.
열정 덕분에 우리 팀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 2017년에는 26개 학교, 약 1500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피드백 점수를 받았을 때 나쁘지 않았다. 2019년에 다시 시작해서 현재까지 6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2017년에 비해 피드백 점수가 더 높아졌다. 코로나19만 끝나면 수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생이 아닌 분들을 대상으로도 강연을 하고자 현재 준비 중이다.
4년 가까이 이루어진 우리의 열정은 아주 대단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그 시작은 2016년 한 여름, 카페에서 나눈 파트너 K와 나의 대화에서부터였다.
K : 안철수, 박경철 선생님이 진행하는 청춘 콘서트 정말 멋지더라. 저런 분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둘이서 같이 강연을 했으면 좋겠다.
나 : 흠... 꼭 ‘언젠가’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지금’부터 하면 어때?
K : '지금‘ ? 맞네 ! 그럼 지금부터 우리 시작하자.
혹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젠가부터’가 아닌 ‘지금부터’ 해보자. 우리 강연 팀 [이야기 한 잔]이 ‘지금부터’ 4년 동안 열정을 증명해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