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글쓸러 Sep 25. 2024

허황된 꿈이면 어때? 우린 언제든 선택할 수 있어!

     

본 내용은 책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본 책을 읽은 후 읽어보기를 추천 드립니다.     



 주인공 솔은 2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를 잃었고, 남친이 바람피우는 걸 알았으며, 꼰대질 넘치는 회사 생활과 번아웃으로 인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오는 등 스펙타클한 일들을 겪는다. 그러고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어린 시절, 책과 영화를 보여주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었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의 주인 ‘돈 아저씨’, 고향 대전으로 돌아오니 가게와 함께 아저씨가 사라진다. 그것도 아들에게 말도 없이.      


 주인공 솔은 결심한다. 유튜브 [돈키호테 비디오]를 만들기로, 돈키호테 아저씨와의 추억을 바탕으로, 사라진 돈 아저씨를 찾아나가기로 말이다.      


 돈 아저씨 절친인 서초동 변호사 사무소 사무장과 만나, 아저씨가 서강대 법대생에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저씨가 일한 곳에서 출간한 [대치동 블루스]를 통해, 스카이 진적학원 시절에 같이 일했던, 목동 필승학원의 박 원장과 만난다.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떡볶이도 사주고, 영단어 책을 만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던 돈 아저씨. 학원 원장의 과잉 수강 정책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더불어 이로 인해 피해 입은 학생이 형편이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죄책감에 강단을 떠났다.     


 벽해출판사 시절, 교수의 협박하에 유령 번역가가 되며 의기소침해진 김승아를 대변해서,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세웠던 돈 아저씨. 그러다 욕과 함께 주먹까지 맞는 사태가 일어나는데, 이를 계기로, 승아를 향한 교수의 사과와 함께, 다음 쇄부터 번역자명에 승아 이름을 넣는 합의에 성공한다. 그러나, 돈 아저씨에겐 오히려 비극이 찾아왔다. 출판사를 그만두게 되고, 이를 계기로 와이프랑 갈라선다. 


 영화계에서 감독의 꿈을 꾸던 시절, 정치판과 사법부에 대한 엄청난 도발적인 내용으로 내부 검열, 즉 문화계 블랙리스트 위험 때문에 당시의 영화사 대표가 시나리오를 사용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야, 미리 썼던 여덟 편의 여덟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팔아 2억 6천만 원의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지만, 더 이상 감독의 꿈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운동권의 아저씨. 학원의 불합리함에 참지 못해 떠나간 아저씨. 출판사의 폭력과 욕을 이겨내다 결국 쫓겨나고, 이혼까지 당한 아저씨. 영화계에서도 블랙리스트 검열로 감독을 포기하고 시나리오 작가를 선택한 아저씨.     


 그러나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더 이상의 힌트를 구하지 못했다.     


 그때, 솔의 유튜브를 본 어머니의 조언으로, 돈 아저씨와 친하게 지낸 자전거포 할아버지 부인에게 찾아갈 생각을 하게 된다. 방 씨 할머니를 통해, 자전거포 할아버지 지난 기일에 아저씨가 납골당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시난테 할아버지 묘지에 붙인 아저씨의 글 덕분에, 아저씨가 육지가 아닌 섬, 돈키호테에서 언급된 바라타리아, 아저씨만의 바라타리아는 제주도라는 걸 유추한다. 결국, 아저씨와 마주한다.     


 돈키호테 속 이야기처럼 통치할 섬이 필요했고, 제주도에서 입지를 구하기로 한 돈 아저씨. 1년간 노동으로 돈을 모으고, 제주도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그들에게 마음을 얻는다. 2년 차엔 터를 닦고 돌집을 리모델링하고, 마당과 밭, 진입로를 정비하는 등 영토를 일군다. 3년 차부턴 집 뒤에 밭을 일군다. 4년 차에, 기부금을 통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자유 공화국의 통치자가 된 돈 아저씨와 주인공 솔은 드디어 만난다.      


“솔아. 사람은 평생 자기를 알기 위해 애써야 해. 그래. 나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이름 짓고 살아왔지. 하지만 [돈키호테]를 받아쓰면 받아쓸수록, 세상에 맞설 내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나는 돈키호테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어. 돈키호테라면 벌써 그 모든 불의와 부패를 향해 몸을 던지지 않았겠니? 그런데 나는 한순간도 온전히 몸을 던지지 못했어. 그저 시늉만 한 거야. 나는 범접할 수 없는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며 그를 흉내 낸 산초일 뿐이러다고.”     

 “그럼 산초였던 나는, 나는 어떡하란 말이에요?”     

 “내 생각엔, 솔이 네가 돈키호테다. 나는 네가 비디오 가게에서 늘 TV 프로그램 보며 깔깔 웃던 게 기억이 나거든. 마치 브라운관으로 들어갈 것처럼 몰두했지. 그런데 나중에 네가 그런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는 애길 듣고 정말 깜짝 놀랬어. 저렇게 솔이는 자기 꿈을 이루며 사는구나. 그때 나는 이미 널 돈키호테라고 생각했단다.”     

 “됐거든요!”     

 “여기 민 피디도 나한텐 돈키호테야. 민 피디 이 친구는 내가 영화 일 하며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뚝심이 있는 친구였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고, 내가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도 나서서 바로 잡으려고 애썼어.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말이야. 영화에 대한 열정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우리 아들. 아들은 늘 경제적인 안정을 목표로 삼고 혼자 인생을 꾸리기 위해 열심히 산 거 안다. 비록 손실이나 실패도 있었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돈 벌겠다 애쓴 너의 삶도 돈키호테의 행진이지. 암”     

나의 돈키호테 293, 294쪽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성보단 감성이 앞선 나머지, 그 사람의 장점만 보인다. 시간이 흐르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니, 보지 않으려고 했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해하지 못하거나, 맞출 수 없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면,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게 사랑이라 본다. 만약에 그마저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다면,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거고.      


 주인공 솔의 돈키호테 아저씨를 향한 마음은 사랑의 한 종류지만,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닌, 존경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사랑이다. 자신은 산초, 아저씨는 돈키호테. 이상향으로만 여긴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저씨의 진솔한 모습을 알아간다.     


 그럼에도 솔은 아저씨를 여전히 돈키호테라고 여긴다. 본인 스스로 부인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책을 쓰고 작가가 된 아저씨를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 자리에 모시고 작가와의 대담 자리를 마련하니깐.      


 PD를 포기했지만, 유튜브를 선택해 또다시 꿈을 이어 나가는 솔.

 끝까지 한평생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면서, 때로는 지쳐서 쓰러질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글을 써나가고, 결국엔 제주도에서도 그 의지를 이어 책까지 내는 돈 아저씨.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

 그 모두가 돈키호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돈키호테 표지_출처, 교보문고


 각자만의 허황 가득 찬 꿈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여, 현실에 안주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뭐 잘못되었나?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어떤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일을 우선시하고,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더라도, 또 다른 꿈을 선택해 찾아가고,

 자기가 원하는 꿈을 단 한 번에 이루더라도, 

 그 모든 길이 다 돈키호테 아닐까?      


 책 [나의 돈키호테]를 통해 이렇게 말하는 거 같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돈키호테다.     


 책 [나의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용기도 나면서, 힐링도 되고, 또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그게 우리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들을 통해 힘을 좀 더 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 추천하면서, 마무리하겠다. 

 읽어보신 분들도, 또 한 번 읽어보자.

 왠지 보면 볼수록,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니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97171?LINK=NVB&NaPm=ct%3Dlyrdjo6g%7Cci%3D5eecb37a91b9351c8eec77e2439be1e4fa40eacf%7Ctr%3Dboksl1%7Csn%3D5342564%7Chk%3D10ada9372efffad112e10fd6deac5a65b4c30a8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