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대놓고 비난받으면 가만히 있을 건가요.
당일 경기가 끝나고 퇴근하면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던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선수가 술 취한 한 팬에게 들은 말입니다. 시기는 2023년 8월 1일. 롯데 자이언츠가 NC 다이노스에 역전패당하며 4연패에 빠졌던 때죠. 이 이야기를 들은 전준우 선수는 해당 이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경호원들과 자이언츠 투수 김원중 선수의 만류 덕분에 문제가 커지진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술에 취한 팬은 계속 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어? 내가 욕했어? 니한테? 어?”
“내가 니한테 언제 욕했노? ‘전준우 사랑해’ 했지.”
“내가 니한테 욕했나 인마? 어?”
결국 전준우 선수도 참지 못하고 말하고 맙니다.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팬들이 욕먹는 거야. 왜 욕을 하냐고 선수한테.”
2018년, 개막전 7연패로 롯데 자이언츠의 분위기는 완전 바닥을 찍던 때였죠.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나와 퇴근하던 와중입니다. 한 팬이 선수를 향해 박스를 던졌습니다. 저 멀리 날아간 박스는 결국 선수를 맞췄습니다. 곧이어 무엇인가 튀어나왔죠.
바로 치킨입니다.
치킨을 맞은 선수는 바로 이대호 선수입니다. 치킨을 맞고 던진 쪽을 향해 쳐다보던 이대호 선수는 별다른 조치 없이 떠납니다.
아주 어릴 때 갔던 야구장에서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아저씨가 지금도 기억나요.
“아습아 제대로 안 하나~~”
“아습아~~ 뭐하노? 그것도 못 치나?”
소주병 나발 불던 그 분. 이런 사람 덕분에 소주 반입 금지가 된 게 틀림없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비난하거나 치킨 던지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그 모든 분. 참 대단한 이들입니다.
의료 지원 나갔다가, 전준우 선수를 눈앞에서 목격했어요. TV에서 보면 되게 날렵하게 보이던 전준우 선수. 가까이서 보니깐 TV와는 전혀 달랐죠. 역삼각형 그 자체입니다. 딱 봐도 엄청나게 운동을 한 게 분명한 그런 몸을 지녔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그런 육체를 가진 사람에게 한 대 맞으면 일단 정신을 잃을 거 같아요. 눈을 뜨면 3주 정돈 지났을 거라 감히 예상합니다. 그리고 진단받겠죠. 최소 전치 3주라고요.
이대호 선수는 말로 표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키가 194cm입니다.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저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더라고요. 이대호 선수가 편하게 말을 해줬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절로 쭈구리가 되었습니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손아섭 선수는 직접 본 적 없지만, 비슷하지 않을까요?
선수들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박수 보냅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그렇게 막 할 수 있는 용기 말이에요. 그러다 한 대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그렇게 행동할 선수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걸 알고 그렇게 대하는 건 정말 비겁하지 않겠습니까?
경기는 경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저도 공감합니다. 누구보다도요. 롯데 자이언츠는 이상한 팀입니다. 질 땐 23:0이란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어요. KBO 40년 역사 최다점수 차 기록을 한때 세웠었죠. 이상하게도 노히트 노런이란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하는 날도 있고요. 이쯤 되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이 팀은 도대체 뭘 하는 팀일까? 야구라는 분야로 대학교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논문 하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팀이란 말이죠. 그만큼 신비로운 구단이군요.
스펙타클하게 엉망진창인 롯데의 모습들을 마주하다 보면, 자이언츠를 사랑하더라도 힘들긴 합니다. 다른 팬들도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선수들도 사람입니다. 경기는 경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가 비난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여깁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리라 롯데 팬으로서 한없이 믿습니다.
물론 롯데 팬으로서 매해 아쉽지만, 특히 2024년은 유독 아쉽습니다. 드리님이 말하신 것처럼 KBO 최다 안타(202개)의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와 최고 명장 김태형 감독 보유, 170억을 FA에 투자 등 인프라를 많이 구축했음에도 가을야구 진출 실패하니 씁쓸합니다. 특히나 막강한 타선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보였던 해였기에, 마냥 허무하게 끝날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너무나도 분합니다.
드리님, 전 야구가 좋습니다. 너무나도 좋아요. 어릴 때는 부모님을 따라갔던 야구입니다. 이제는 제가 모시고 가게 된 야구죠. 드리님과 함께, 친구들과 같이, 때론 연인과 손잡고 가며 야구장에 대한 추억이 점차 더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좋은 야구가 갈수록 더욱 즐거워집니다. 이게 사랑 아닐까요? 아마도……?
아마 수많은 자이언츠 팬이 저와 비슷할 겁니다. 야구를 사랑하고, 롯데 자이언츠를 아끼는 마음 말이죠. 그렇기에 어떡하겠습니까? 답답할지라도 믿고 기다려야죠. 올해 안 되면 어떤가요?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닌데요. 뭐. 이젠 그러려니 해야죠. 제가 죽기 전에만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설마 큰 꿈인 걸까요?
어쨌든 야구는 야구일 뿐입니다. 야구하는 이들을 향한 비난은 조금 삼가면 어떨까요? 가끔은 보듬는 정도로 롯데를 한번 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필요시 냉철한 비판하는 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비판할 순간이 온다면, 제가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하겠습니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 건 드리님과 저를 포함한 롯데 팬 모두의 몫입니다. 그런 문화를 우리끼리 잘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롯데 자이언츠.
한편으론 밉고 증오하기도 하는 자이언츠.
그런 롯데를 팬들이라도 아껴야지.
갑갑한 건 갑갑한 거고.
선수들 앞에서 그 감정을 해소하지 맙시다.
그들을 깎아내리진 말죠.
롯데를 아끼는 수많은 이들을 대표해서 부탁합니다.
선수와 팬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배려입니다.
우리라도 그들을 보듬고 아껴줍시다.
언젠가는 화려하게 빛나며 비상할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그들을 좋아하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 말이죠.
- 2025년부턴 비난보단 비판을 늘리겠다고 다짐한 주니 드림 -
PS. 드리님, 드리님의 밴드 공연 보는 게 제 소원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실력자와 함께한 페스티벌에 선 드리님이라니! 저에겐 동네 형 같은 존재인 드리님의 또 다른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 않는걸요? 2월부터 올해 말까지 갈고 닦아서 공연할 정도면 재능 아닐까 싶은데요. 이쯤 되니 보컬과 연주 실력이 궁금해집니다. 다음에 저 초대권 주실 거죠??? 초대해 주신다면, 맨 앞에서 롯데 자이언츠 짝짝이를 흔들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