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아래로! 오! 정훈! 자이언츠 정훈!

by 프로글쓸러

2024년 3월 29일, 시즌 첫 홈 경기였지만, 비장함이 가득했던 직관이었습니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4연패를 하고, 이 경기까지 지면 5연패였거든요.

자이언츠는 병살의 기회를 놓치면서 NC 다이노스에 1점을 결국 내주고 말았습니다. 다행인 건, 선발 투수 윌커슨이 6회까지 어떻게든 그 이상의 점수를 내주지 않았던 거죠.

6회까지 잘 막아낸 덕분일까요? 6회 말 2아웃 상황. 전준우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NC 이준호 선수의 공을 때렸고, 달려오는 중견수 뒤로 날아가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만들어냅니다. 이후 노진혁 선수는 볼넷으로 1루를 나갔고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될 뻔했던 정훈 선수. 다행히 아웃되진 않습니다. 빨라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36세라는 나이에 머리를 앞으로 향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 세이프에 성공했거든요. 정훈 선수의 팀을 위한 헌신 덕분에, 결국 최항 선수의 좌중간 안타로 1점 추가 됩니다. 그리고 그날 경기는 2대 1로 자이언츠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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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O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이겼기에 보람되기도 했고요. 시즌 첫 승을 봐서 다행이기도 했고, 4연패를 끊는 데 내가 일조(?)한 거 같아서 기쁘기도 했죠. 그 무엇보다도 정훈 선수의 그 슬라이딩을 잊지 못합니다. 그 나이에 진짜 크게 다칠 수 있는데 말이죠. 솔직히 남자로서도 멋졌습니다.


2024년 6월 25일, 이 경기는 절대 못 잊을 겁니다.

안타 행진으로 낸 2점.

고승민 선수의 그랜드슬램. 추가 4점.

노아웃 2, 3루에서 땅볼과 좌익수 앞 안타로 2점 추가.

14대 1대에 14대 9까지 따라잡은 롯데 자이언츠.


6회 말, 나승엽 선수와 이정훈 선수의 연속 안타로 노아웃 1, 3루 상황.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오! 정훈! 자이언츠! 정훈!

이 노래의 주인공 정훈 선수의 차례

휘둘렀고, 왼쪽 높게! 담장! 밖으로! 넘어갑니다!

3점 홈런으로 스코어 14대 12를 만듭니다.

5점 차까지만 해도 기대가 될락 말락 하던 상황이었는데, 정훈 선수 덕분에, 엄청난 희망을 품게 되었죠.

결국 그날 15대 14로 역전을 해냈지만, 끝은 15대 15로 아쉽게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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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O


경기에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정훈 선수의 주옥같은 멘트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놓치고 할 수 있다. 너희도 인정한다이가? 여기 우리가 몸 만들러 온 게 아니다이가? 너희 주전이다. 주전.”

“그러니까 힘든 건 알지만, 모습이 안 좋다. 모습이. 결과를 떠나서 우리가 좀 악착같이 붙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결과를 떠나서 말이 안 된다이가. 나온나. 맨 앞에 너희 그러면 내가 미친놈 같이 할게. 나가서.”

“다시 해보자. 아직 안 늦었다. 다시 좀 악착같이 한번 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hvDsKor8r88


지치고 풀죽은 후배들을 상대로, 프로의 정신을 깨닫게 하는 정훈 선수. 고마웠습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자이언츠 선수들이 한동안은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니까요.

참고로 이 멘트로 정훈 선수를 위한 생일 케이크를 준비한 황성빈 선수... 여러 의미로 대단(?)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kU72IDQ6Fg

그림 3.jpg 출처, 유튜브 자이언츠 TV


그 이외에도 생각나는 건 많습니다.

2025년 6월 20일, 홈런 치고 더그아웃 들어가는 길에 김태형 감독님 엉덩이 때리던 정훈 선수.

2025년 5월 18일, 윤동희 선수 머리로 날아오는 공에 빡쳐서 튀어나온 김태형 감독님. 그를 말리려고 노력하는 정훈 선수.

2025년 9월 30일, 연장 10회 초, 2아웃 상황. 한화의 마무리 김서현과의 대결. 풀카운트까지 갔으나 스윙 삼진.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다. 그게 정훈 선수의 마지막 타석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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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O


코치를 하기엔 이른 거 같아, 자이언츠의 코치직 제안을 거절한 정훈 선수.

“롯데 자이언츠란?”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정훈 선수

“제일 좋았던 기억.”

“청춘”

“거의 전부”

“제 인생의 절반”

“가족”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가끔 보면 아는 척해주면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말하는 정훈 선수.

그런 정훈 선수에게 저도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정훈 선수.

열정적인 플레이와 야구에 대한 진심이 관람석에 앉아 있던 저에게도 와닿았습니다.

앞으로 걸어갈 길, 제2의 인생 또한 팬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늘 행복하고,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PS. 얼마 전 정우영 캐스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설 위원 데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2026 시즌을 다른 방식으로라도 함께 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레퍼런스

1) https://www.youtube.com/watch?v=TUhnaCSwsjI

2) https://www.youtube.com/watch?v=uXd-LiAZjYI

3) https://www.youtube.com/watch?v=aip_gkaVL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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