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의 한 선수에 대해 매우 강렬하게 기억하던 순간이 있다. 바로 2023년 4월 1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졌던 개막전에 말이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로 나섰던 그는 정말 단 하나의 활약도 펼치지 못했다. 7번의 타석에서 삼진 2번, 그리고 무안타다. 자이언츠에 점수 낼 극적인 기회가 왔던 순간, 두산 베어스는 3번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4번 타자와 승부를 보기도 했다. 그 순간마저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4번 타자는 바로 한동희 선수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그해 한동희 선수의 커리어는 심각하다 못해, 처참했다. 이대호 은퇴 직후 4번 타자를 맡아서 그의 뒤를 제대로 이어줄 거라 믿었지만, 그 믿음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타격 폼을 고쳤지만, 그에 수반된 결과는 매우 아쉬웠다. 다시 되돌리고 찾아가는 과정으로 인해 2023년 시즌 전체를 날려 먹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비 또한 심각했다. 실책이 정말 꽤 많이 나올 만큼, 이전보다도 더 퇴보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자신감을 잃은 게 화면으로도 너무 느껴져, 나중엔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못하더라도, 차라리 자신감은 유지했더라면, 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선수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니,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비판조차 하지 못할 만큼…….
오죽했으면, 2023년 시즌 이후, 한동희 선수를 돕겠다고 한 이들이 있다. 바로 이대호와 강정호다. 실제로 미국까지 넘어가 강정호에게 도움받았으니! 아무래도 두 선수만큼은 한동희의 자질을 알아봤기에, 너무나도 돕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8nIRnDKjF4
2024년 시즌, 한동희 선수는 달라졌을까?
다른 의미로 변화가 생겼다.
2024년 3월 28일 상무 야구단 최종 합격 소식을 전했고, 이후 6월 10일 입소하며, 그의 달라진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서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2025년 시즌 기준, 100경기 452타석 385타수 154안타, 4할의 타율, 4할 이상의 출루율, 7할에 다다를 만큼의 장타율, OPS는 무려 1.155. 홈런은 27개. 볼넷은 56개. 그리고 115타점.
야구 전문가가 아닌 만큼, 2군과 1군의 차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만, 그럼에도, 달라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성적에서 느껴지지 않는가? 그 모습에서부터 먼저 한동희 선수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제대하고 나서 한동희 선수가 했던 말이 있다.
“항상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해 왔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도 제대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이다. 상무에 있으면서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다. 주위에서 말해도 휘둘리지 않게 됐다”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512151254003?pt=nv
이거면 되었다는 생각 들더라.
어쩌면 한동희 선수는 2026년 시즌에도 2023년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혹시나 말하지만, 절대 그러길 바라는 게 아니다. 만약의 가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스스로 그 위기조차 잘 넘겨낼 수 있으리란 믿음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확립된 거 같기 때문이다.
상무 경기 영상들만 봐도, 이전처럼 어깨가 축 늘어지는 경우도 없어서 마음에 들더라.
이젠 이 선수를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사실 진짜 문제는 자이언츠다. 자이언츠는 사실 위기다. 개막전 전부터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이 와중에 3루에서 1루로 거의 확정된 한동희다. 이젠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기대한 그 이상을 야구장에서 펼쳐 보였으면 한다. 한동희 선수는 부디 한화 이글스의 노시환 선수보다 더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그리 믿는다.
https://www.news1.kr/sports/baseball/6079270
조카 동희야. 삼촌은 떠나지만,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줘.
- 롯데 자이언츠 전 선수, 이대호 -
은퇴식 날, 이대호 선수가 한동희 선수에게 남긴 말이다. 이 말처럼, 우리들이 하염없이 기다렸던 영웅이 이젠 우뚝 서야 한다.
기죽지 마세요!
못해도 자신감을 꼭 가져요!
잘하면 더 용감하게 휘두르고요!
기대감이란 왕관의 무게를 어떻게든 버텨내야 할 때입니다!
한동희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