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A 쌤이야? 아니면 B 쌤이야?”
진료를 보고 있던 와중, 저 멀리서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진료실 옆에 민원실 접수처가 바로 붙어 있다 보니, 가끔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죠. 접수처 선생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오늘은 A 쌤이 진료보세요.” 환자 분이 다시 물어보셨습니다. “B쌤은 언제 와? 혹시 내일 오나?” 접수처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 그러면 나 내일 다시 올게. B 쌤한테 진료 받을래.”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엔 의사가 총 두 명이었습니다. 매일 교대로 진료를 봤죠. 그러다 보니, 환자 분들은 두 명의 의사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에게 잘 해주는 의사를 선택해서 진료를 보는 경우가 종종 생겼어요. 방금 대화처럼 말이에요.
유독 몇 명 환자 분들이 제가 진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음 날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저를 피하는 거죠. 왜냐고요? 저는 그 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잔소리가 심한 편이거든요. 그냥 심한 게 아닙니다. 잔소리 꾼 중에서도 [잔소리 대 마왕]입니다.
“나 바빠! 오늘 혈압 안 잴래!” 진료실에 들어와서 혈압 재지 않겠다고 선포하시는 고혈압 환자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바쁘다면서 아예 혈압을 재지도 않고 약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분들도 있었고요.
혈압을 4번, 5번, 6번……. 많게는 10번까지도 재고 들어와서 “선생님, 나 혈압이 너무 높게 나오네. 약 세게 줘.”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기계가 나랑 맞지가 않아!, 이건 기계가 이상한거야. 그냥 약 줘”라면서 오늘 나온 혈압이 높은 이유는 혈압 측정 기계 탓으로 돌리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 분들에게 웃으면서 말합니다. “안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죠. “진료실 나가셔서 가만히 푹 쉬시죠. 한참 쉬고 난 뒤에, 다시 재고 들어오세요. 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러분, 고혈압에 대해서 혹시 알고 계신가요? 고혈압은 성인에서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정상은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입니다. 120/80이라고 쉽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숫자로만 제시하면 고혈압이 얼마나 무서운지 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혈압은 정말 위험한 질환 중에 하나입니다. 다양한 합병증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죠. 고혈압은 뇌, 심장, 신장, 눈을 가리지 않고 전신에 영향을 미칩니다. 뇌졸중은 물론이고 심근경색, 부정맥, 고혈압성 망막증, 대동맥박리증, 신부전 등의 형태로 말이죠.
정말 무서운 사실은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을 때론 “침묵의 살인자”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래서 고혈압은 사전에 조절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조절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혈압 측정이 우선되어야 하고요. 정확한 측정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5분간 푹 쉬는 게 좋습니다. 발은 평평한 바닥에 두고요. 등은 의자에 편하게 기대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5분을 쉬는 거죠.
만약 급하게 뛰어왔다거나 직전에 운동을 하고 왔다면, 5분 이상 푹 쉬어 안정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해야 해요. 혈압을 측정하기 30분 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담배도 피우지 말아야 하고요. 만약에 커피를 마셨거나, 담배를 피웠으면 30분 이상 쉬어야 혈압 측정 때 정확한 결과가 나옵니다. 때론 방광이 꽉 차는 것으로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걸 추천해요.
하지만 이런 사항들이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혈압 측정 결과가 부정확할 때가 많죠.
이해합니다. 고혈압 때문에 오랜 기간 매 번 의료기관에 방문하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거 잘 압니다. 방문하는 것도 번거로운 데, 거기다 혈압까지 재야하니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필수인 걸요.
의사가 고혈압 환자를 볼 때 확인해야 하는 게 바로 혈압 측정 결과입니다. 결과도 보지 않고 약을 처방할 수 있을까요? 말이 안 되는 짓이죠? 해서도 안 되고요. 바쁘기 때문에 혈압 안 재고 약 달라는 분을 어떻게 그냥 보낼 수 있겠습니까? 잡고 설득할 수밖에요.
푹 쉬고 측정하면 정확한 혈압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많이 측정한다고 혈압 결과가 좋아질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동시에, 측정과 측정 사이에도 휴식은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4번, 5번, 6번 등 혈압을 여러 번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휴식까지 고려하면 오랫동안 의료기관에 머무르셔야 해요. 더 번거로우실 겁니다.
쉬었음에도 혈압이 높게 측정되었다면, 기계가 아닌 수동으로 혈압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기계보단 수동 혈압계가 더 정확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기계가 마냥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처방을 바꿔야겠죠. 이런 식으로 정확한 과정을 지킨다면 의사나 환자 둘 다에게 서로 좋지 않을까요? 환자 분은 건강을 챙겨서, 의사는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어서 좋죠.
많이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5분! 괜찮다면 10분만 푹 쉬었다가 혈압을 재보시면 좋겠어요. 커피를 마셨거나, 운동을 한 경우는 30분 이상 더 푹 쉰 상태에서 재고요. 화장실도 꼭 다녀오세요.
많이 바라는 것이 아니지만, 쉬라고만 말씀드리면 납득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혈압이 왜 위험하고, 고혈압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래서 혈압을 어떻게 측정해야하는지, 왜 쉬어야 하는지 등 천천히 상세하게 이야기하게 되죠. 문제는 뒤에 환자 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때입니다. 제 마음이 급해져요.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요. 그러다보면 속사포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속사포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가끔은 [쇼 미 더 머니]에 나가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잔소리에 대해서 만요.
속사포로 잔소리를 함과 동시에, 저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습니다. 휴식 취하고 오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안 쉬고 와서 약 달라고 하거나, 바쁘다고 끝까지 약 달라고 말하셔도 저는 그 의견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보할 수 있긴 해요. 솔직히 말해서 양보한다고 제가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제가 양보하지 않는 것은 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환자 분 본인을 위해서 입니다. 고혈압으로 더 힘든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저는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을 뿐입니다. 제가 환자 분의 모든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주는 순간, 저는 의사 면허증을 내려놔야겠죠.
자주 오셔야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내원하시는 환자 분들도 계십니다. 2달 주기로 방문 하셔야 하나, 4달 뒤에 다시 오시는 분도 계셨고요. 아예 1년 정도 약을 안 먹다가 다시 내원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임의로 약을 끊었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셨을 때야 오셨다는 겁니다.
4달 만에 오신 분은 혈압이 151/104가 되어서야 다시 보건소로 오셨던 겁니다. 1년 만에 오신 분은 수축기 혈압이 180mmHg까지 치솟아서 걱정이 되어 돌아오셨던 거고요.
이럴 땐, 저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말로 쏘아붙이기도 하고요. “왜 약을 그만 드셨나요?”, “약을 끊기 전에 왜 저랑 상담하시지 않으셨을까요? 제가 그래도 환자 분의 주치의인데. 그 정도는 물어보셔도 좋지 않았을까요?”
때론 말을 세게 했습니다. “본인 몸 본인이 안 챙기면 누가 챙기죠? 제가 의사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챙겨드릴 순 없습니다.”, “환자 분 건강 소중하지 않으신가요?” “약을 끊었다가 다시 먹었다가 ……. 왜 자신의 몸으로 실험하려고 하시나요?” “왜 더 힘든 길을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이쯤 되면 제가 잔소리 ‘꾼’이 아니라 왜 잔소리 ‘대 마왕’인지 아시겠죠? 속사포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앞에서 말했다시피, 합병증 때문에 고혈압은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관리를 위해서 고혈압 약 드셔야겠죠? 물론 약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을 임의로 끊으시는 거겠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시중에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합니다. 환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죠.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책 [반딧불 의원]입니다. 읽기 편해서 참 좋았던 책이었죠.
[반딧불 의원]의 주인공 의사는 고혈압 약에 대해 차근차근 잘 설명합니다. 동시에 ‘운동하겠다!’, ‘싱겁게 먹겠다!’ 선포하고 약을 자의로 끊으시는 분들에 대한 위험성도 설명하죠. 약을 먹고 곧바로 혈압이 내려가는 것은 거의 대부분 약의 효과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약을 끊기 위해 체중을 줄여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며, 식단도 싱겁게 먹어야 하는 건 필수입니다. 문제는 그로 인한 결과가 3개월 정도 후부터 느리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고혈압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낮추는 게 중요한 데 말이죠. 그래서 운동과 식단조절만 믿고 약을 함부로 끊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랑 상의를 통해서 약의 용량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고혈압 약 뿐만 아닙니다. 당뇨 약, 고지혈증 약 등 모든 약들은 의사랑 상의해서 조절을 해야 합니다. 환자 분 임의대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임의로 약을 끊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화를 내기도, 쏘아붙이기도, 심지어 심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결코 환자 분을 모독하려고 한 말들은 아닙니다. 환자 분의 건강을 제 건강처럼 생각하면서 진료 하다 보니,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감정적으로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부족했습니다.
보건소에 자주 오시던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고혈압으로 내원하시던 분이었죠. 고혈압 약을 드시다가 조절이 잘 돼서, 약의 용량을 조금씩 줄이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혈압을 측정했던 결과, 98/67 정도로 나왔습니다. 저혈압에 가까웠습니다. 한 번 더 측정해보니 더 낮게 나왔습니다. 정상 120/80에 비해 낮게 나온 혈압들을 보는 순간, 제 머릿속은 새하얘졌습니다.
저혈압도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심장 자체의 문제로 혈압 감소,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 설사 등으로 인해서 체액이나 혈액 감소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심하게는 출혈 가능성도 의심도 의심해봐야 하고요. 이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와 같은 쇼크가 발생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거든요
여러 가지 가능성 중 저는 생명에 위급한 가능성부터 먼저 떠올려서 머리가 새하얘졌던 겁니다.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만큼, 일단 119를 불러서 상급기관에 빨리 가야하는 건 아닐까 고민할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을 해보니 또 다른 가능성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119 전화 요청을 하고, 이야기를 더 나눠봤죠.
알고 보니 어머니는 이전에 처방해드렸던 혈압 약을 드셨던 겁니다. 현재 용량을 낮춘 약 말고요. 이번에 처방해드렸던 용량 낮춘 약이 떨어지자, 집에 남아있던 이전 약을 드셨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낮은 용량의 약에도 조절이 잘 되던 상태에서, 높은 용량의 약을 먹었기에 그만큼 혈압이 확 내려갔던 거죠.
새롭게 약을 처방할 당시, 저는 예전 약이 남아 있다면 절대 드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버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사실을 잊으셨던 거예요.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했던 거죠.
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이것뿐 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그렇기에 약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 발생 이후에는 더더욱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약이 많이 남아있으나 더 처방해달라는 분들에 대해 전 확실하게 선을 긋습니다. 안 된다고 말씀드리죠.
“멀리서 왔어. 그냥 온 김에 약 줘.”, “잃어버렸는데 그럼 먹지 말고 죽을까?”, “선생님이 착각하셨겠죠.” 등 다양한 말로 저를 압박합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습니다. 잔소리 대 마왕은 잔소리도 수준급이지만, 그만큼 고집도 장난 아닙니다. 고집 엄청 세거든요.
저는 다시 한 번만 찾아보길 권유합니다. 끝까지 제 의견을 관철합니다. 딱 한 번만 다시 찾아보고 없을 때는 처방해드리겠다고 말하죠.
제 고집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신 분들 중엔, “찾아봐도 약이 없었다.”라면서 다시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처방 받아야 할 무렵쯤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셨죠.
잔소리 대 마왕으로 활약한 이야기들은 더 많지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더 이야기하다간 끝이 나지 않을 거 같거든요.
위 이야기들의 환자 분들을 만나고 나면 제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 분들을 볼 때마다 제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등 가족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환자 분들의 건강! 저라는 의사를 통해 건강관리를 받고 있는 이상, 저는 책임 져야했습니다. 책임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내 가족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환자 분들을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하다 보니, 점점 냉철해졌습니다. 스스로의 몸이라고 마음대로 하는 환자 분들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냥 친절하게만 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때론 부딪히기도 해야 하니까요. 제 얼굴에서 웃음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무표정에 가까워졌죠. 그리고 쓴 말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됩니다.”, “싫습니다.”, “왜 약을 그만 드셨나요?”,
“약을 끊기 전에 왜 저랑 상담하시지 않으셨을까요? 제가 그래도 환자 분의 주치의인데. 그 정도는 물어보셔도 좋지 않았을까요?”,
“본인 몸 본인이 안 챙기면 누가 챙기죠? 제가 의사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챙겨드릴 순 없습니다.”, “환자 분 건강 소중하지 않으신가요?”
“약을 끊었다가 다시 먹었다가 ……. 왜 자신의 몸으로 실험하려고 하시나요?”
“왜 더 힘든 길을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다시 한 번 찾아보시죠.”,
“차라리 저 말고 더 좋고 전문적인 의사 분을 만나서 치료받는 게 나으실 것 같네요.”
쓴 말을 하고, 쏘아 붙이고, 화내고……. 어쩌면 혼내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환자 분들을 대하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그 날 했던 말들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을 리 없잖아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환자 분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걸 지켜만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했습니다. 악역이 조금이라도 환자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맡고자 했어요.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환자 분을 모독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들은 아닙니다. 싫어해서 모질게 대한 것도 절대 아니에요. 제가 아직까지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심하게 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 역시 좋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의대생일 때도, 지금도 여전히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환자 분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기본입니다. 환자 분들과 소통하면서 치료로 잘 이끌어가는 것도 필수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가 환자 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의사랑 다를 때도 존재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해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였습니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스스로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던, 신경 안 쓰는 의사가 괜찮은 의사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다짐했습니다. 악역을 맡기로요.
저는 환자 분들을 위해 나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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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반딧불 의원 / 오승원 / 생각의 힘 / 2018
- 헤어질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겠어요. 고혈압 약에 대한 통념과 진실
2. 우리 가족 주치의 굿닥터스 /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 맥스미디어 / 2014
- Part 2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 - 18. 고혈압, 꼭 약을 먹어야 하나?
3.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정보포털(KCDC) : 고혈압
4.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정보포털(KCDC) : 저혈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