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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Apr 07. 2022

37개월의 시간 끝에 결국은 해냈습니다!

 3, 4월 하면 보통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름답게 피어난 벚꽃, 그런 벚꽃을 구경하러 가는 꽃놀이 등 봄과 관련된 것들이 생각나리라. 

출처, Pixabay

 그런데, 대학생들은 보통 이들과는 생각하는 게 살짝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봄이라고 하면 벚꽃과 더불어 중간고사가 같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벚꽃이 필 때, 과제와 시험에 파묻히는 이들이 바로 대학생들이다.

출처, Pixabay

 혹시나 오해하지 마라. 대학생들을 놀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대학생일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깐. 그런데 나는 3, 4월 하면 다른 이들과 달리 한 가지를 더 떠올린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말하려면, 9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2살이었다. 그해의 봄이 생각난다. 바깥에는 벚꽃이 한참 화려하게 가득 피었고, 꽃놀이하는 커플의 사랑 열기는 손이 데일 것만 같이 뜨거웠다. 나도 나름대로 화려하고 뜨거웠다. 내 눈앞에 가득 쌓여있는 전공 자료들을 상대하고 시험 준비하느라 말이다. 갑자기 눈물이 나는 이유는 뭘까? 아무튼! 꽃놀이도 가지 못하고, 공부만 하다가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아파트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가려는 순간, 담배 냄새 폴폴 풍기던 한 아저씨가 뛰어들듯이 탑승했다.      


 내가 아는 엘리베이터는 고요의 상징이다. 최소한의 인사 말곤 대화조차 나누지 않기에! 그 공간은 늘 적막으로 가득했다. 자주 보던 이들조차 이야기를 나누지 않기에 유지될 수 있었던 조용함은 갑자기 깨져버렸다.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건네면서 말이다.      

  

“00층 살제?”

“네, 안녕하세요!”

“몇 살이고?”

“22살입니다”

“그렇나. 군대는?”

“아직 안 갔습니다.”

“어? 와 안 갔나? 어디 몸이 안 좋나?”

“조금 늦게 가야 할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뭐라고? 마! 남자는 자고로 군대에 가야 해! 군대에 가야 정신 차리고! 마!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구실을 하고! 어? 군대를 다녀와야 취직하지! 뭐 때문에 늦게 가는데? 왜?”    
출처,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 대화는 끊을 틈도 없이 한참 진행되었다. 그 아저씨는 꼭대기 층에 살았기에, 나는 아저씨의 잔소리에 내릴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말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여러분은 답을 알 것이다. 아! 질문조차 까먹었다고? 3, 4월 하면 다른 이들과 달리 내가 떠올리는 한 가지는? 바로 군대다. 그 당시, 군대에 대한 압박이 매우 컸다. 해결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미뤄야만 했다. 안 그래도 바깥에 핀 벚꽃 때문에, 전공 시험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도중, 생판 모르던 아저씨에게 군대 문제로 잔소리까지 들어야 했으니! 어떻게 까먹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나에게 있어 봄이라고 하면 군대가 빠질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 군대라고 하면, 봄 말고도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단수 여권을 신청해야 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에, 매번 병무청 신고했고, 승인이 떨어지면 구청에 찾아갔다. 단수 여권을 발급하러 가면, 다시 돌아가야 했다. 여권마다 증명사진을 새로 찍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것도 몰랐던 나는 부랴부랴 증명사진을 찍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그렇게 재준비하고 발급하러 가면, 다음에 여권 나올 때 또 오라고 한다. 이렇게 3번 이상 구청을 가고 나서야 발급을 완료한다. 슬프게도 매해 같은 짓을 반복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 매년 여권이 한 번씩 필요했으나, 발급해야 할 때쯤엔 이전에 고생했던 기억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불쌍한 나의 기억력…….      

출처, Pixabay

 영국에 갔을 때였다. 입국 직전, 나의 여권을 본 직원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영어로 말했지만, 지금은 한국말로 쓰겠다)     


 “왜 단수 여권이죠?”

 “음…….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그래요.”

 “왜? 영국은 모병제인데, 당신네 나라는 군대에 가야 한다고? 왜 그런 거죠?“


 그놈의 군대 덕분에 허약한 회화 실력으로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서 군대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눈물 콧물 뺐다. 물론 그 직원은 설명을 듣고도 납득 못 했지만.     


 이 외에도, 나보다 먼저 군대에 간 친구들 전화를 받아주고, 휴가 나오면 술 한잔하고, 편지 써주는 등 수많은 기억이 생각난다.     


 오랜 기간 동안 애증의 단어였던 군대! 그 문제를 이제야 해결했다. 2022년 4월 7일, 나는 드디어 병역의 의무를 끝냈다. 나는 대체복무의 일환인 공중보건의사로서 무려 37개월을 복무해야 했다. 말이 37개월이지, 3년 1개월이다. 그래도, 병역의 의무를 끝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여러분, 저 37개월이란 긴 시간 끝에 군대 문제 해결했습니다!


 9년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잔소리하시던 아저씨! 이제 아저씨 잔소리 안 들어도 되는 거죠?     

 저한텐 하셨던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왕이면 아직 안 간 애들한텐 잔소리하지 마시고요.    

 

이거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PS. 예비군, 민방위가 남아있다는 건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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