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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an 13. 2023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선 아이디어를 내고 거르는 과정을 수없이 거친다. 그러다 고르고 나면, 일단 쓰고 본다. 초안은 뭐 괜찮다. 어차피 고칠 거니깐. 대신, 수정할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소 3번은 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 4~5번 이상까지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강연은 글쓰기보다 더 어렵다. 청자와 좀 더 소통해야 할 타이밍은 언제일까? 어떤 소재를 다루는 게 좋지? 재미와 진지, 흥미 등 다양한 속성의 이야기를 어떻게 배치하면 괜찮을지도 고민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까지 연구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글도 그렇지만 강연 준비도 그냥 막 하는 건 절대 아니구나. 생각 그 이상으로 힘들긴 하네. 

 그런 과정들을 바탕으로 강연 대본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장난 아니다.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비된다. 

글쓰기 / Pixabay

 그때는 새로운 강연 대본을 마침 완성한 순간이다. 호르몬의 분비를 누르고 싶었지만, 그게 뭐 내 마음대로 되나? 급속도로 도파민 수치가 정점을 찍었다. 어쩔 수 없이 피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대본을 저장하고자 했다. 근데 어라? 아예……. 멈춰버렸네……? 어……? 그렇게 컴퓨터는 마비되었다. 부팅을 여러 번 했지만, 소용없었다. 펑펑 쏟아지던 도파민이 한순간 멈춰버렸다. 이번엔 우울과 관련된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빠르게 분비되었고, 곧장 최고조에 이르렀다. 서비스센터를 곧바로 고려했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멘탈 붕괴가 한순간에 오려던 찰나, 잠시나마 정신줄을 부여잡고, 스마트폰으로 해결책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었으니까. 그러다, 신문 기사 하나를 접하고 말았다.

컴퓨터 고장 나면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된다.

 알고 보니, 원인은 컴퓨터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알약! 알약 업데이트 과정 중 정상 프로그램을 랜섬웨어로 인식하게 하는 실수가 발생하여 생긴 일이다. 2022년 8월 30일, 그날은 알약 최신 패치를 적용한 수많은 사람의 세로토닌이 곳곳에서 넘쳐흐르던 날이다.      

 그나마 안심이었던 건, 해결 방법이 존재했다는 거다. 안전모드로 진입하여 알약을 제거하는 것. 그 방법으로 나의 노트북을 온전히 살려냈다. 부팅하자마자, 강연 대본이 살아있는 것까지 확인하는 순간, 도파민이 다시 분비되기도 전에 즉시 외장하드에 백업했다. 그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얀 백지상태에서부터 강연 준비를 다시 시작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22년 10월 15일. 갑자기 PC 카카오톡이 로그아웃 되었다. 처음에는 노트북의 와이파이가 끊겨서 생긴 일인 줄로만 알고,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끄는 일을 반복했다.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 PC로 전송 못 한 메시지를 스마트폰 카카오 메신저로 보내려니, 그마저도 보낼 수 없었다. 이조차도 가끔 있던 일이다. 금방 복구하겠지? 카카오톡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걸 그냥 놔두고 있겠어? 좀 있으면 해결될 거야. 

 여유롭게 기다리고자, 최근에 연재된 웹 소설 좀 보려고, 카카오페이지로 들어가니 거기도 먹통이 되었더라. 이번엔, 다 써놓은 글을 올려야겠다 싶어서 브런치로 들어갔더니, 브런치……. 너마저도?     


 심상치 않은 걸 그때야 직감했다. 카카오와 관련된 게 이렇게까지 안 된다고? 인터넷을 보자마자, 상황 파악이 빠르게 가능했다. 내가 이용했던 것뿐만이 아니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 택시, 카카오 맵까지……. 모든 게 모조리 멈춰버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데이터 센터의 서비스 전원이 차단되면서, 서버가 멈췄다고 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다음을 비롯한 다수의 카카오 어플에 오류가 발생하였고, 결국 카카오와 관련된 것들 전부 정지하게 된 거다.      


 하루 종일, 정말 갑갑하더라.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 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심 ‘카카오뱅크에서 돈 빼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폴더폰이 유행하던 중학교 3년 내내, 부모님의 철학으로 인해 나는 휴대폰을 가질 수 없었다. 솔직히, 억울했다. 남들 다 가지고 있는데, 왜 나만 안 되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 수 있긴 하더라. 필요한 게 있으면, 집에 가서 친구들에게 전화 걸면 해결되긴 했으니깐. 약속 잡을 땐, 학교에서 미리 말하고 만나면 되기도 했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던 탓일까? 10대의 나는 휴대폰에 대한 감흥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컴퓨터도 비슷했다. 있긴 했지만, 고등학생으로서 활용할 용도는 정해져 있었다. 인터넷 강의 듣거나, 게임 하거나. 대학생 때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교수님들이 내주시는 수없이 많은 과제 때문에, 컴퓨터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긴 했다만.      

폴더폰과 옛날 컴퓨터 / 출처, Pixabay

 하지만 이젠 의존도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높아졌다. 게임, 카카오톡, 전화, 문자, 유튜브, 카카오 택시, 은행 업무 등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글 쓰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업무를 보기 위해서라도, 컴퓨터 역시 매우 필요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 때문일까? 이전에 휴대폰 잃어버렸을 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백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청천벽력 그 자체!     


 위에서 느꼈던 기분을 카카오톡. 알집과 관련된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택시? 잡을 수 있긴 하지. 그런데 어플로 잡던 그 느낌이랑 사뭇 다른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은행 업무도 직접 가서 볼 수 있긴 해. 앱으로 빠르게 해결하면서 가질 수 있었던 편안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면? 카카오톡이 없던, 문자와 전화만을 쓰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괜찮을까?      

연결된 세상, 진짜 괜찮은 거겠지? / 출처, Pixabay

책 [일취월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측, 운을 믿지 말자. 

 이 세상이 복잡계이기에, 불확실성 수용성을 갖추자. 

 늘 최악을 대비하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들이 아닌가 싶다.      


 한 번쯤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의존적인 현재가 정말 옳은 방향일까?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전혀 없을까? 이젠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카카오톡과 알집 사태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자신을 알게 되었기에.     


 우리,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솔직히, 정말 걱정이다.     


참고 자료

1. 알집 사태 관련 기사
https://www.ddaily.co.kr/news/article/?no=246093

2. 카카오 사태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508187?rc=N&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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