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닌 약 20년 전, 동네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고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한껏 듣던 꼬맹이가 바로 나였다. 그런 시절의 나에게 하루의 낙이란 바로 과자 [치토스]였다. 바삭바삭하면서도, 오물오물하면 입안에 바비큐 향이 가득 채워지던 그 녀석의 매력에 엄청나게 빠져들고 말았다. 뭐, 마약 중독같이 나쁜 건 아니니 괜찮잖아! 나라에서 허락한 마약(?)인 음악과 같은 맥락이지…….
당시 [치토스] 가격은 500원이다. 이야, 지금 물가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긴 하다. 하여튼, 지금에야 매달 20일만을 기다리는 월급쟁이다 보니, [치토스] 하나 사는 거야 부담되지 않는다만, 어릴 때의 나에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5~6살의 꼬맹이가 어디서 500원이란 거금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가끔 땅을 파다 보면 우연히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방법은 하나. 바로 아빠, 엄마에게 안마하는 거다.
매일 매일, 부모님의 어깨를 10분가량 주무르다 보면 500원이란 용돈이 주어졌다. 생각해보면, 그 정도면 누워서 떡 먹을 정도로 매우 쉬운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어린이에겐 나름 중노동이었다고나 할까? 노고 끝에 먹는 과자 [치토스]의 맛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받은 500원으로 [치토스]를 산 나는 봉지를 뜯고 과자를 열심히 먹다가, 늘 꽝만 나오는 쿠폰에서 믿을 수 없는 문구를 마주해버렸다.
인생 처음으로 걸린 당첨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꽝만 접하다 얻어걸린 첫 당첨인지라 그 감격은 어마어마했으리라. 집에서 슈퍼까지 10분 거리였는데, 그 어느 때보다 초고속으로 달려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준의 빠르기(?)였다고 기억한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다짐했다. 도착하자마자 “저 한 봉지 더 주세요!”라며 슈퍼 사장님에게 한참 동안 자랑(?)하고 난 뒤에야, 과자 하나를 더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 과자 안에서도 당첨이 또 나왔다.
하루 500원 용돈을 받는 코 찔찔이 꼬맹이가 하루에만 [치토스] 세 봉지를? 이건 500원 투자해서 1,500원의 이득을 본, 300%의 수익률 아닌가? 어땠겠는가? 그날은 축제였다. 축제!
스포츠카가 달리는 것처럼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무작정 뛰어갔고, 아저씨한테 영웅담처럼 자랑을 또다시 하고, 한 봉지를 더 챙겨서 집에 왔다. 그런데 설마? ‘혹시나’가 ‘역시나’다. 또 당첨이네? 오우? 와우! 나중에는 흔들흔들 춤이 저절로 나오더라.
그때부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루마무처럼 시간의 굴레에 갇혀버렸다. 뛰고, 자랑하고, 과자 가지고 집에 와서, 뜯어보니 당첨되고. 믿을 수 없겠지만, 그때 10봉지 연속으로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
나와 같이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버린 슈퍼 사장님이 참다 참다 11번째 방문 때 외치고 말았다. 그냥 여기서 뜯고 가! 나도 같이 좀 보자! 돌이켜보면 그 판단은 매우 옳았다. 왜냐고? 그 가게에 있는 [치토스]가 전부 내 손에 들어와 버렸으니깐. 추측해 보건대, 당첨 쿠폰이 들어있는 과자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하나의 박스 안에 몰아넣어졌고, 그 박스가 하필 이 가게로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날은 나에게 있어 제2의 생일이었다. 저녁으로 [치토스] 10봉지 이상을 먹어도, 그것보다 더 많은 과자가 남았으니! 과자로 배를 가득 채워본 건 내 인생에서 첫 경험이 아닌가 싶다. 끊임없이 먹어도 남아있는 과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자꾸만 나와 웃음이 절로 지어지더라. 앗싸! 내일 또 과자 엄청나게 먹을 수 있다!
사주명리학엔 인생에는 반드시 3번의 기회가 온다는 이론이 있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내 인생에 필연적으로 오는 3번의 기회 중 1번은 어쩌면 이미 와 버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행운이 따른 연속 당첨의 날이었다.
솔직히 아쉽다. 이왕이면 그 기회가 로또 1등으로 오면 어디 덧나나?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이미 동심 따윈 파괴되어 버린 늙다리 어른인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