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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an 27. 2023

302일 동안 000 먹었다.

 나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특히 과자! 감자 칩은 없어서 못 먹는다. 회사별로 한 번씩은 기본으로 접했다. 초코 맛도 정말 좋아하기에, 초코파이부터 꼬북칩, 다이제 등도 자주 먹는다. 냉장고에 얼리면 식감이 좋아지는 쿠크다스, 몽쉘. 심심한 맛이 생각나면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단종 되었다가 다시 나온 바삭바삭한 와클. 크기 자체가 업그레이드된 오감자. 과자 이야기하다 보니 과자가 당긴다. 그만 말해야겠다.     

 과자만 좋아하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아니다. 치킨도 사족을 못 쓴다. 시장에서 파는 옛날 통닭을 가장 선호하고, 교촌 치킨 허니콤보에 떡볶이 같이 곁들여서 먹는 것도 즐긴다. 역전 할맥에 방문해서 시원한 얼음 맥주에 안주 먹는 그 기분은 저녁에 느낄 수 있는 천국 중 하나다. 뜨끈뜨끈한 소스에 탕수육을 먹거나, 싱싱한 상태에서 잡은 제철 방어회, 노릇노릇 잘 익혀 먹는 고기에 레드 와인. 파스타와 화이트 와인. 양 꼬지는? 칭따오 맥주! 오뎅탕과 함께 하는 소주. 진짜, 세상엔 먹을 건 많고, 내 배는 한없이 작다.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본다.  

   

 “네가 안 좋아하는 건 뭔데?”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이렇게까지 먹을 걸 좋아하는 나에 대한 심각성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바로 홍혜걸 선생님이 운영하는 [의학채널 비온뒤]에 출연하고 난 뒤에 말이다.     


참고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ocnRpfJJoK0&t=674s


 인간은 변할 수 있지만, 내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지속해서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미움 받을 용기]에서 말한다. 이 말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 출연 이후 나에게 확실히 다가왔다.


 원래부터 살이 과도하게 찐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국가고시를 기점으로 90kg을 돌파해서, 3년 내내 95kg에 머물고 있던 만큼, 이전에 비해 몸이 무겁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뀌어야 한다고 매번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운동하고, 식사량도 줄였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왤까? 사실 이 답은 뻔했다. 바로 나 자신 때문. 


 생각한 바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기도 했지만, 그런 나 자신에게 보답해줘야 한다며 예전처럼 먹을 때가 매우 빈번했다. 힘들 땐 운동을 안 하기도 했고. “운동을 했다.”, “식사량 줄였다” 이 말들은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일 뿐이다. ‘제대로’ 해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책 [미움 받을 용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속해서 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에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바뀌겠다는 결심을 제대로 한 게 아니기에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비만 / 출처, Pixabay

 하지만 내 모습을 방송으로 목격한 순간,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변해야 한다! 무조건 달라져야 한다는 걸 체감했다. ‘변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2022년 4월 1일부터 딱 한 가지는 확실히 해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매일 먹게 되는 3번의 식사 중에 단 한 끼만큼은 샐러드를 먹자고.     


 그 이후 매일매일 샐러드를 마주했다. 치커리, 배추, 토마토에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삶은 계란과 닭가슴살, 거기다 아보카도 가끔 추가해주고. 대신 소스는 참깨 맛이나 흑임자 맛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종류로!      

당직 때도 샐러드는 챙겨 먹었습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더니, 한 달, 두 달, 석 달, 그러다 어느새 2023년 1월 27일 기준으로 302일 동안 샐러드를 하루에 한 번은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 12일 정도는 그 약속을 못 지켰기에, 290일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질리도록 먹었다. 이쯤 되면 군만두만 계속 먹던 영화 [올드보이]가 떠오르네.      

 오해하지 마라. 그렇다고 과자, 치킨, 역전할맥 등을 안 먹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식단 조절하면서, 운동도 병행하다 보니 그들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통제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먹게 되더라도 이전에 비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섭취하게 되었다. 샐러드 한 끼를 챙기면서 운동하는 나 자신의 노력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몸무게도, 몸도 점점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kg 가까이 감량해냈다. 앞으로는 추가로 감량하면서, 근육을 늘려보고자 한다.      


https://brunch.co.kr/@kc2495/53


 물론, 지켜봐야 한다. 요요를 잘 이겨내면서, 현재의 결심과 행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계속 잘 이어질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결론은 이거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나라고 20kg 감량해낼 줄 알았겠는가? 302일 동안 샐러드 먹을 줄 상상조차 했겠나? 하다 보니 되긴 하더라.     


 달라졌다는 사실과 해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나부터 변화를 계속 이어 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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