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글쓸러 Feb 09. 2023

고민의 파도에서 버티는 법

 무슨 전공을 택해야 할까? 정신건강의학과 지원할까? 요새 인기 많던데……. 좋아하는 분야이긴 한데, 갈 수는 있을까? 성적도 그렇지만, 관심 가지는 사람이 워낙에 늘어나고 있으니. 나에게 딱 맞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런 과는 없을까?     

 그나저나, 학자금 대출은 언제 다 갚지? 매달 20일마다 나가는 이자가 이젠 좀 무섭네. 갚아나간다는 게 쉽지 않구나. 빨리 청산해야, 나도 차곡차곡 돈 모으고 재태크도 할 건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학자금 대출 금리는 착한 편이네. 최근 시중 금리와 비교해보면. 와, 진짜 장난 아니다. 금리가 이렇게까지 오른다고? 미쳤는데? 내 월급이 저렇게 수직으로 상승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올해 서울에서 생활할 계획인데, 전세는 포기해야 할 거 같아. 남은 선택지는 월세인데, 매달 나가는 돈 생각하면 이걸 택하기도 어렵구먼. 학자금 대출 갚고, 월세 내고 남는 돈으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정말 각박하다, 각박해. 벌써 숨 막힌다. 이런 현실 정말 괜찮은 걸까?     

 아, 맞다. 자기소개서 써야 하네? 써야지. 써야 하는데……. 벌써 머리가 아프구먼. 허허허. 어떻게 또 예쁘게 잘 포장해야 하려나? 그것도 사실 적당히 잘해야 하는데. 너무 과하게 하면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타인 소개서(?)가 되어버리니. 

 이번 지원에 자기소개서만 있는 게 아니네? 제출해야 할 서류는 왜 이렇게 많아? 허허허.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헛소리하지 말고, 의사면허증부터 챙겨보자. 껄껄껄. 귀찮네. 정말.     

 시험공부도 해야 해? 그래 공부해야지. 해야 좋은 의사가 될 거니깐. 근데 할 게 또 왜 이렇게 산더미만 한 거지? 기출문제도 그렇고, 개념 공부도 마찬가지고……. 오랜만에 학생이 된 기분이네. 근데 학생 때와 달라진 게 있지! 공부 안 한 지 3년 좀 돼서, 머리가 굳어 버렸다는 사실? 30대가 되면서 뇌가 이젠 생각보다 잘 안 돌아가는 거? 심지어 직장 다니면서 공부해야 하는 현실? 와, 이거 가능한 거였냐? 직장 끝나고 집 오면 잠 와 죽겠는데, 거기다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20대가 훨씬 쉽긴 했구나. 그땐 나도 몰랐지. 하, 이 와중에 생각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네. 편두통 다시 시작.      

 아! 이번 달 계비 걷어야지? 빨리 내라고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지해야겠다.     

 근데, 배고프다. 얘들아, 뭐 먹냐? 어? 돈가스? 그거 내 소울푸드이긴 한데, 진짜로 그거 먹는다고? 좋긴 한데, 오늘 PT 선생님께 한 소리 듣겠다. 큰일이네……? 이거 사진 찍어서 오늘의 식단이라고 소개하면, 트레이너님은 오늘의 운동 코스 헬 버전을 몸소 보여주겠지? 아니, 돈가스잖아……? 그거 좀 먹었다고, 운동으로 나를 꼭 조져야 해? 살려주면 안 될까? ‘응, 안 돼’라는 말이 벌써 들리는 거 같아.      

 근육은 언제 또 늘어날까? 왜 이렇게 중량이 올라가지 않을까? 언제쯤 나도 3대 500 정도 치는 남자가 되려나? 이래서 사람들이 단백질, 단백질 하는 건가? 근데 단백질 너무 과하게 섭취하면 신장이 망가지는데. 신장이 고장 나면, 열심히 운동하는 게 또 무슨 소용이야?     

 다이어리 보니깐, 내일 또 약속? 할 거는 많고, 잠은 오고, 몸은 피곤한데……. 약속 취소하고 싶다……. 아니야, 가야지. 근데, 안 가면 안 될까? 하, 신나게 흔들흔들하며 놀고 싶으면서도 가만히 누워 쉬고 싶은 이 기분, 다른 사람들은 알까?     



 B와 D 사이엔 C가 있다. Birth와 Death 사이엔 Chicken이, 아니 Choice가 있다. 사실 치킨도 맞는 거 같긴 한데.     


 다시 말하겠다. 삶과 죽음 사이엔 선택이 있다. 단지, 그 선택이라는 게 늘 넘쳐난다는 사실이 문제이며, 더불어 고민할 것도 많고도 많다. 집 마련, 내 커리어 방향성, 차 마련, 노후 대책, 연애와 결혼, 육아 등의 큰 사이즈는 물론이고, 약속, 운동, 식사 등 당장 해야 하는 작은 사이즈까지! 생각해봐야 할 건 절대 적지 않다. 선택은 언제 다 끝낼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최근에 나는 타이레놀을 끊질 못한다. 두통이 갈수록 심해진 탓이다. 가끔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고민 때문에, 밤이 지나서 날이 밝아올 때까지 눈을 감질 못한다. 젠장. 당직 때도 못 자는데, 생각이 많아 수면을 포기하게 되는 내 인생. 조금은 슬프다.     


 고민의 쓰나미가 계속 몰려올수록, 내 안의 속도만큼은 잠시나마 늦춰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고,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많이 몰려온다고, 똑같이 대응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럴수록 차근차근 진중하게 처리해 나가면 된다.      


 성격이 급한 나 역시 [천천히]를 차용하고자 한다. 빠르게 결정한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말만큼 어려운 게 없다. 진정한 삶의 고수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인 듯 느껴지지만, 그런 행동이야말로 삶의 디테일을 다르게 만드는 게 아닐까?     


 고민의 파도들 속에서도, 나는 어떻게든 버텨낸다. 천천히,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에 기회 3번 온데. 근데, 1번은 이미 와버렸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