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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Mar 03. 2023

쑥, 마늘 100일 먹다 도망친 호랑이 마음 이해합니다

- 쑥과 마늘을 100일 동안 먹은 곰처럼 사람 되었습니다 -

 레드 퀸 효과라고 아는가?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을 통하여] 등장인물 레드 퀸 여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라야 한다.”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자들 역시 똑같이 노력하기 때문에,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분발해야만 그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뜻이라는 걸 많은 분이 아시리라. 나도 이 말에 공감한다. 특히, 다이어트 때문에. 다이어트에서 상대해야 했던 강력한 경쟁자 덕분에 레드 퀸 효과가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와 닿더라. 그런데 그 상대는 오로지 한 명뿐이었다. 바로 나 자신.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이겨내야 하는 게 바로 다이어트의 본질이다.   

     

 먹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건 단 두 가지다. 식이조절과 운동. 모두가 아는 답이면서도, 실행하기 쉽지 않은 그 해결책들 말이다.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약 11개월 동안 하루 세끼 중 한 끼는 무조건 샐러드를 먹었다. 양배추, 치커리, 토마토 등의 야채가 일단 기본이었다. 거기다 닭가슴살, 삶은 계란 2~3개의 단백질을 추가했다. 이 식단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맛의 소스를 뿌려서 먹었다. 흑임자나 참깨 소스와 같은. 가끔은 파프리카, 아보카도 등을 넣어 단조로운 식단에 변화를 주기도 했고.      


샐러드는 한끼 무조건!


 운동도 빼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천국의 계단으로 시작했다. 속도 8로 20분만 타도 땀범벅일 정도로 힘들었다. 유명한 연예인들이 이 기구로 살을 뺐다고 하던데, 직접 해보니, 바로 공감되더라.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도를 점차 높여나갔다. 천천히 조금씩 느리게 말이다. 결국 속도 16으로 1시간 정도 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정도 하면 칼로리 1700 정도 소비되더라. 내 친구가 말했다. 그러다 천국의 계단에서 멈추지 않고, 천국으로 직행한다고……. 다행히 아직까진 살아있다! 거기에 더하여, 놀랍게도(?) 러닝머신까지 추가로 이용한다. 걷는 게 아니라 뛰는 걸로. 30분에 5km 정도 달리는 일을 천국의 계단 이후에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 이전에 비해 강인해지긴 했다. 역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되는 건가?     


러닝과 천국의 계단


 처음에는 유산소 운동만 주구장창 하던 나였지만, 트레이너의 조언을 받아들여 기구 운동도 하게 되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5kg조차도 힘들었다. 솔직하게, 정말로 부끄럽더라. 하지만, 그조차도 천천히 조금씩 늘려나가다 보니, 20개씩 5세트로 가볍게는 20kg, 무겁게는 50~60kg까지 드는 게 가능해졌다. 하다 보면 40분에서 1시간은 금방 지나가더라.     

웨이트도 해서 강인해져야 한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운동과 식이조절 유지를 위해 선택해야 했다. 일주일에 적게는 1번, 많게는 2번 정도로 약속을 잡았다. 병원 당직 없는 날에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무조건 말이다.        


 2022년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약 11개월 동안 노력한 결과를 사진으로 첨부하겠다. 밑의 내용은 인바디 결과들을 종합해서 정리한 것이기에, 필요하다면 인바디 내용 그 자체를 언제든지 보여줄 수도 있다.      


 결과물, 확인하셨는가?      


 단군신화엔 쑥과 마늘을 먹은 호랑이와 곰의 이야기가 있다. 너무 유명해서 잘 알 거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면 인간이 될 기회에서 호랑이는 결국 도망쳤고, 곰은 끝내 성공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곰처럼 사람(?)이 될 수 있긴 했지만 (BMI 3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떨어졌으니 사람이 되었다고 치자!), 한편으론 호랑이의 마음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드 퀸 효과를 제대로 실천하고자, 하루하루 나를 이겨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유혹이 찾아왔다. 쉬고 싶다. 더 먹고 싶다.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부터 승리하기 위해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그리고 그 노력도 갈수록 업그레이드해야 했고. 무산소, 유산소 운동의 강도를 점차 늘려나가는 등으로 말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스스로에겐 자랑스럽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뜨거웠던 예능 [피지컬 100] 때문이다. 보는 내내 충격을 받았다. 구조물에 최대한 매달리기, 팀전으로 진행한 모래 나르기와 2톤 무게의 배 끌기, 공중에 매달린 외줄을 끊임없이 올라가기, 장애물 달리기,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100kg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기, 50kg의 바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서 버티기, 무거운 로프를 풀어내기 등등. 결과를 다 떠나서, 그 모든 걸 어떻게든 수행해내는 육체 그 자체의 강함을 증명해내는 이들을 보니, 강인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확 올라오더라. 동시에, 나는 참으로 약하다는 걸 실감했고.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지금까지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십 년을 운동한 이들도 많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포함한 강인한 이들까지 이기는 걸 목표로 한다면, 레드 퀸 효과를 제대로 실천하고자, 지금의 노력을 꾸준히, 그 이상으로 실행해내야 한다. 쉽지 않겠지. 그래도 뭐, 여기까지 도달한 것처럼 하루하루를 계속 적립해가면 되지 않겠는가?       


 11개월 동안 나 스스로와의 경쟁으로, 쑥과 마늘 100일 먹다 도망친 호랑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는 호랑이와 달리, 곰처럼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강인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되려면 오늘도 헬스장으로 향해야겠지? 잘한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단 가본다. 오늘의 나 자신을 조지서, 내일의 내가 더 강해지고자 말이다.     


오늘도 운동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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