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짜왕이 정말 인기라는 실감은 오뚜기와 팔도에서 '프리미엄 짜장 라면'을 발매 했을 때 났습니다. 유사품이 등장해야 진정한 인기상품이죠. 이런식의 맞불 작전으로 팔도의 꼬꼬면의 붐이 무색하게 지금은 찾기 어려워 졌을 정도니까요.
짜왕의 기세를 꺾으려고 등장한 유사품 정도로 생각했는데 팔도 짜장면이 평이 무척 좋습니다. 원래 팔던 일품 짜장을 이원복 셰프 얼굴만 박아서 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팔도 짜장면의 자랑인 액상스프에 돈지(라드)가 들어있다고 하는군요. 설마 짜장 라면에 라드를 넣을 줄이야...
짜장면의 풍미가 옛날과 달라진 것은 중국 요리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름인 돼지비계에서 추출한 라드(돈지)대신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고기의 풍미는 지방에서 나오는데 그 지방을 뺐으니 옛날 그 맛이 나올리가 없지요.
'몸에 나쁜 포화 지방이 많다'라는 이유로 퇴출된 라드지만 라드의 빈자리를 채운 것이 실은 식물성 트랜스 지방이었으니 아이러니 합니다.라드가 식물성 식용유보다 몸에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모든 지방이 몸에 안 좋은 부분은 칼로리 때문이죠.
레토르트 짜장소스도 춘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고기나 감자도 꽤 들어있어 라드의 덕분인지 놀라울 정도로 짜장면 맛입니다. 중국집 짜장면 만은 못해도 생면 짜장면 보다는 훨씬 짜장면에 가깝습니다. 비빔면이나 왕뚜껑 밖에 내세울 게 없는 팔도 라면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입니다.
레토르트 짜장소스도 짜장 소스에 돈지를 쓴 것도 유사품인 일품 짜장면이 먼저입니다.(아마 GS25에 납품하는 공화춘 짜장면하고 같은) 일품 짜장면도 은근히 높은 재현도와 높은 가격으로 유명했지만 이번에 나온 팔도 짜장면 만큼 맛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는데, 성분표를 보고 납득했습니다.
일품 짜장면과 팔도 짜장면은 제품 무게는 거의 같은데 일품 짜장면은 550kcal 팔도 짜장면은 625kcal로 팔도 짜장면이 눈에 띄게 칼로리가 높습니다. 팔도 짜장면이 지방 함량도 늘어난 것을 보면 맛의 비결을 알 것 같네요.
나오기는 한참 전에 나온 팔도의 짜장라면이 그동안 비싸다고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짜왕의 흥행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재밌습니다. 그런데 좀 아이러니 하지만 저는 너무 짜장면 같은 팔도 짜장면 보다 짜장라면의 계보를 잇는 짜왕 쪽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