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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6. 2021

나의 단골집, 우림 양장점

유행 따른 디자인 끝까지 보살펴줘

우림 양장점은 퇴계로 입구, 옛날의 무학성, 지금의 대연각 호텔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양장점이다.

주인아주머니와 아가씨들의 친절도 있지만 여기에서 옷을 마추어 입으면「디자인」은 물론, 옷이 활동하기에 편하고 싫증이 안 나서 나는 즐겨 찾는다.

또 한편 자기네 양장점의 상표가 붙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몇 번이고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며 해가 넘도록 입다가 내 몸의 체격이 변하고 유행이 바뀌어서 유행에 맞게 고쳐야 할 때도 자기네 상표만 불어있으면 친절하게 고쳐주는 점이 좋다.

요즘은「코트」에도 안감에「스펀지」와 가제를 받쳐 예쁘게 누벼주기에 모양도 좋을 뿐만 아니라 얇은 천으로도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넘길 수 있기에 난 얼마 전 얇은 천으로「스프링」겸 겨울용으로 마추었는데등이 뜨뜻하고 포근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 집 주인 아저싸(박상규 씨)는 직접「디자인」을 지도하시며 조금 모자란 천도 가지고 가면 그 아저씨가「디자인」을 고안하여 멋진 옷으로 만들어줄 때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집의 단골손님이 된 후 몇 사람의 친구를 소개했는데 그들도 지금까지 계속 이 집의 단골손님이고 특히 내가 소개한 사람 중에 중년 부인이 되신 분들은 아무리 먼데로 이사를 가고 조그마한 옷을 마추어 입더라도 꼭 여기까지 찾아오기 때문에 나는 이 집에서 손님 소개비를 내라고 장난도 한다. 어떤 이는 나와 동업하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이 집의 열렬한 단골손님.

한 번은 호기심에서 외산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국산 복지가 이렇게 좋은데 비싼 외산을 찾는 우리나라 여자들의 정신자세가 틀렸다는 주인아주머니의 호통에 내 낯이 뜨거워진 때도 있다.


박영숙 씨 <삼진 상사 나규성 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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