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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골집, 우림 양장점

유행 따른 디자인 끝까지 보살펴줘

by 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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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양장점은 퇴계로 입구, 옛날의 무학성, 지금의 대연각 호텔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양장점이다.

주인아주머니와 아가씨들의 친절도 있지만 여기에서 옷을 마추어 입으면「디자인」은 물론, 옷이 활동하기에 편하고 싫증이 안 나서 나는 즐겨 찾는다.

또 한편 자기네 양장점의 상표가 붙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몇 번이고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며 해가 넘도록 입다가 내 몸의 체격이 변하고 유행이 바뀌어서 유행에 맞게 고쳐야 할 때도 자기네 상표만 불어있으면 친절하게 고쳐주는 점이 좋다.

요즘은「코트」에도 안감에「스펀지」와 가제를 받쳐 예쁘게 누벼주기에 모양도 좋을 뿐만 아니라 얇은 천으로도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넘길 수 있기에 난 얼마 전 얇은 천으로「스프링」겸 겨울용으로 마추었는데등이 뜨뜻하고 포근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 집 주인 아저싸(박상규 씨)는 직접「디자인」을 지도하시며 조금 모자란 천도 가지고 가면 그 아저씨가「디자인」을 고안하여 멋진 옷으로 만들어줄 때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집의 단골손님이 된 후 몇 사람의 친구를 소개했는데 그들도 지금까지 계속 이 집의 단골손님이고 특히 내가 소개한 사람 중에 중년 부인이 되신 분들은 아무리 먼데로 이사를 가고 조그마한 옷을 마추어 입더라도 꼭 여기까지 찾아오기 때문에 나는 이 집에서 손님 소개비를 내라고 장난도 한다. 어떤 이는 나와 동업하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이 집의 열렬한 단골손님.

한 번은 호기심에서 외산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국산 복지가 이렇게 좋은데 비싼 외산을 찾는 우리나라 여자들의 정신자세가 틀렸다는 주인아주머니의 호통에 내 낯이 뜨거워진 때도 있다.


박영숙 씨 <삼진 상사 나규성 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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