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날 Oct 26. 2021

별미진미(43) 안악 「栗卵(율란)」

자랑할만한 韓國式(한국식) 과자

늦가을 햇밤중에서 알이 먹음직스럽게 굵은 것만 골라 푹 삶는다. 잘 삶아서 껍질을벗겨 작은 절구에 넣고 찧어서 그것을 고루 으깬다. 그때 계피가루와 설탕을 넣어 잘 섞이도록 한다.

이것을 밤툴 만큼씩 떼어내 빛어 둥글둥글하게 만든다.

그다음 햇잣을 까서 곱게 다져서 잣가루를 만들어 깨알보다 더 곱게 마련한다. 준비된 밤 빛음을 잣가루에 굴려서 잣가루가 밤알 곁에 고루 묻게하면 자랑할만한 한국식 디저트가 된다. 이름이 율란인 것은 漢字(한자)대로 栗卵(을란)이란 뜻이다.

그 향긋한 계피 향기와 고소한 잣 맛, 그리고 보드라운 밤은 씹을 사이도 없이 입에서 사르르 녹아버린다.

이것은 황해도 安岳(안악)지방에서 이름 있는 가문이 만들던 고급음식이다. 서울서는 崔以權(최이권)씨(白樂潘(백낙준)씨夫人(부인)))댁의 초대식단에 오르곤했다.


 <庚> 조선일보 1973년 9월 16일자


백낙준(1885~1985) 제2대 문교부 장관을 지낸 교수, 정치가.

작가의 이전글 나의 단골집, 우림 양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