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날 Sep 03. 2015

도쿄 거쳐 홋카이도 2014 7월 (4)

태풍 전야의 도쿄에서 한 끼

맛집은 모두 그나라 수도에 몰려있기 마련입니다. 한국은 서울, 일본은 도쿄, 프랑스는 파리, 미국은 워싱턴 D.C....아 워싱턴 D.C는 빼고. 일본은 오사카의 엥겔지수가 높아서 오사카나 도쿄나 큰 차이가 안나긴 하지만 도쿄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맛집이 없을리가 없지요.


문제라면 맛집 말고 쭉정이 같은 식당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도쿄에서의 식사는 전적으로 친구에게 일임했습니다. 일본에서 건축관련 일을 하는 친구는 마침 이 근처에서 회사를 다녔다고 하니 안성 맞춤이었죠.

"여기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데, 네가 소개하면 사람이 더 늘어나는 거 아냐?"


친구의 엄살이지만,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 평일 저녁인데 기다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듣기로는 예전에 다니는 회사 근처였지만 줄 때문에 점심에는 막상 여기서 먹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고 합니다. 


"二代目つじ田 니다이메 츠지타 오챠노미즈 점" 2대째라는 이름이 붙은 것 치고는 2003년에 문을 연 젊은 가게입니다. 하지만 도쿄 시내에 분점이 여러곳 있으면서 LA와 방콕에도 진출한 이름있는 가게라, 제가 소개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네요.  

면을 찍어먹는 츠케멘으로 유명한 가게로 특제 니다이메 츠케멘은 벌써 매진이라 니다이메 츠케멘을 골랐습니다. 츠케멘과 니다이메 츠케멘, 특제 니다이메 츠케멘의 차이는 고명의 종류와 양이더군요.

이렇게 줄을 서는 가게를 일본에서는 행렬점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렇게 줄이 길게 서있는 가게로 들어가면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이게 일본 사는 사람이라면 큰 단점이 아니지만 일분 일초가 아까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꽤 애매합니다. 그래도 이날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츠케멘이 아닌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 츠케멘을 주문합니다. 한국에서는 이제야 드물게 츠케멘을 볼 수 있는데, 라멘의 기원을 중화면요리의 영향을 받은 소바로 보는 사람들은 면을 육수에 찍어먹는 츠케멘이야 말로 일본 라멘의 뿌리에 가깝다고 합니다. 너무 앞서 간 분석 같지만요.  


식초, 후추, 그리고 검은 시치미. 다양한 조미료가 올라와 있는데, 이게 또 보통 라멘집하고는 또 미묘하게 다릅니다.

살짝 굵은 면에 여러가지 재료를 블렌딩한 진한 국물, 츠케멘하면 딱 떠오르는 비쥬얼이면서 면 위 스다치(초귤)이 고명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자연스럽게 스다치를 면위에 짜 넣는데, 친구가 말립니다. 스타치는 좀 먹다가 맛을 바꾸기 위해 뿌리는거라면서. 그러고 보니 눈 앞에 붙어있는 안내서가 그런 내용입니다. 3분의 1은 그냥 먹고, 3분의 1은 스다치를 뿌려 먹고, 3분의 1은 검은 시치미를 뿌려 먹으라고.


은근히 양이 많고 맛이 진한 츠케멘이라 아마 그런 먹는 방법을 만든 모양입니다. 
  

그냥 츠케멘에는 나오지 않는 삶은 달걀, 일본 라멘집이라면 정말 이정도는 해줘야죠. 달걀 하나로 라멘의 인상이 많이 바뀝니다.


이름있는 가게의 대표메뉴인 만큼 먹고 있으면 '아 이게 츠케멘이로구나'라는 생각 절로 듭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라멘은 우연히 츠케멘만 먹었군요.
  

남은 육수엔 소바처럼 면수를 부어줍니다. 이 가게에서 제일 신경쓰는 부분인 만큼 마지막까지 마셔줘야죠. 이렇게 맛이 진한데도 느끼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인기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츠케멘을 먹고 나오면서 친구가 거의 같은 블럭에 위치한 라멘집 '井関屋이세키야'을 가리키며 "여기도 맛있어"라고 알려줬는데, 나올 때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츠지타와는 달리 파리 날리고 있어서 '누가 츠지타 바로 옆에 라멘집을 낼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뒤에 이 이세키야도 츠지타의 자매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친구와 한 잔하려고 친구가 언제가 먹었던 맛있는 교자집을 찾아 헤매는데, 친구가 가게 이름을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배를 꺼트리기 위한 산책이 되었습니다. 결국 칸다역 부근으로 돌아와서 적당한 가게가 없나하고 찾다가 삐끼가 건내주는 할인쿠폰에 홀려 어느 이자카야로 올라갔습니다. 할인 쿠폰보다는 '프리미엄 몰츠 생맥주 있습니다'라는 간판을 보고 고른 가게였습니다.  

해피아워에 가까운 이른 시간에 할인 쿠폰을 뿌리는 가게는 많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할인 쿠폰을 뿌리는 경우는 처음봐서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친구가 말하길.


"태풍 올라오잖아, 다들 일찍 퇴근 한거지......"


아아... 너구리... 그러고 보면 이세키야가 파리 날리고 있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럼에도 줄을 서서 먹고 있는 츠지타가 대단하군요.  

일단 프리미엄 몰츠 생으로 한 장, 캔맥주는 에비스를 편애하는 편이지만 생맥주는 에비스 생보다 기린 생이나 프리미엄 몰츠 생을 더 좋아합니다.  

아지 나메로우, 정어리를 양념하고 다져서 만든 안주. 일본에서는 드문 메뉴가 아니지만 한국 이자카야에서는 구경도 못할 안주지요.  

이쪽은 아지 타타키, 겉을 살짝 구운 정어리? 원래는 메뉴를 잘못보고 아지 타타키 나메로우라는 신묘한 안주인줄 알고 시켰는데 알고보니 아지 타타키 or 아지 나메로우라 결국 각각 하나씩 시켰습니다.  

딱 한 잔만 하려다 안주가 남아서 한 잔 더시켜 봅니다. 진저 하이볼이라는 독특한 메뉴라 시켜봤는데. 기대와는 달리 위스키 하이볼에 생강이 들어간게 아니라 트라이앵글 진저라는 플레이버드 소주 하이볼이더군요. 플레이버드 보드카와는 달리 플레이버드 소주는 낯섭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한국에도 없는 아세로나 맛 플레이버드 경월 소주가 팔린단 말이죠.  

종종 일본 사람들이 술을 적게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메뉴판을 아무래도 술값 때문이 아닐까 싶지요. 홉피 셋트가 저렴하긴 한데 얘는 술이 아니고. 맥주맛 음료입니다. 맥주가 비싸던 옜날엔 여기다 소주를 타서 맥주처럼 마셨죠. 말하자면 '추억의 메뉴'? 얼마전에 복고풍 붐으로 살짝 인기를 끌었습니다.


친구와 만나서 저녁먹고 한 잔 한건 좋은데, 역시 내일 날씨가 걱정이네요... 일단 홋카이도까지 표는 끊었으니 아오모리까지는 달려 볼 생각입니다.


  

나이트캡으로 사온 빙결 스트레이트 키위, 여름 한정이라기에 사봤습니다. 이걸 한 캔 마시고 도박을 거는 기분으로 일찌감치 자리에 듭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메리칸 울트라(2015): 너구리 한 마리 몰고가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