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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Sep 24. 2022

라멘 전의 라멘

2/100

일본의 라멘이 패전 이후에 자생적으로 태어난 음식인데, 그 전에 일본의 화교들 사이에 라멘에 가까운 중국 국수요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라멘의 특징 중에 하나가 그런 일본 화교들의 중국 국수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츄카 소바(중화 소바), 지나 소바, 난징 소바 등으로 불렸던 일본의 중국 국수들은 일본에서 일하는 화교 노동자들에게 인기 있는 노점요리였다. 당시 일본에는 중국에서 일을 찾아 넘어온 화교와 노동자가 많았고, 그런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식 국수 노점이 꽤 많았다고 한다. 물론 그런 노점 외에도 중화 요리점도 많았고 그런 곳에서 중국식 국수 요리를 많이 팔았다. 나가사키 짬뽕 같은 일본에 사는 화교의 독자적인 면요리는 우리에게도 익숙할 정도다. 그런데 일본 라멘의 개성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면요리인데도 막상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역사적 사실에서 나온다.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중국인 노동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노점이 많았지만 일본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떤 종류의 면요리였는지 자세한 자료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기름져서 칼로리가 높고 저렴한 음식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당시 노점의 중화면은 지나소바, 난징소바 등 중국의 지명을 붙이거나 서푼소바라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건너간 화교 노동자가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선호했던 것을 생각하면 노점의 소바는 지금의 돈코츠 라멘과 비슷한 돼지 뼈로 만든 국물로 만든 중화면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이런 중화면 노점의 국수는 일본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 같지만 저렴한 가격과 든든한 포만감이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까운 노점에는 학생들이 즐겨 찾았다는 이야기는 있다. 일제 시대 도쿄에 유학중인 유학생을 찾아온 부모에게 노점의 지나소바를 대접하는 일화도 있을 정도. 유학생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지만 도쿄에서나 먹을 수 있는 신기한 음식을 먼 곳에서 찾아온 부모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진다.

라멘의 기원을 올라가다 보면 일본 패전 이전에도 일본에 많은 화교가 살았고,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점도 많았다. 그런 곳에서는 다양한 면요리를 팔았으니 그런 일본의 중화 면요리가 라멘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일본 라멘의 특징은 일본 화교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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