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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Sep 29. 2022

1930년대 영화 속의 챠라메라 라멘

7/100

일본 영화 중에 라멘이 등장하는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타미 주조 감독의 담뽀뽀(1986)이겠지만,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꽁치의 맛(1962)의 무대인 라멘집도 떠오른다. 라멘의 기원을 찾다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36년 영화 '외동아들(一人息子)'에서 라멘 포장마차를 만났다. 담뽀뽀와 꽁치의 맛에 등장하는 라멘과 달리 1945년 일본패망 이전의 라멘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귀한 작품이었다.

나가노 시골에서 공부를 잘하는 외동아들을 대학까지 교육 시켜서 도쿄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찾은 어머니가 아들이 야학의 교사를 하고 있는 작은 단칸방에 사는 모습에 실망하는데, 그런 어머니의 마음도 모르는 아들은 챠라메라 나팔소리들 듣고, 시골에서 먹기 어려운 라멘을 어머니에 대접하기 위해서 라멘 노점에서 라멘을 사서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1930년대 라멘이 어떻게 소비되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챠라메라 나팔을 불면서 호객하는 장면. 라멘 노점의 모습과 당시 라멘집에 일반적으로 붙이는 이름. 늦은 밤에 파는 야식의 모습 등으로 1930년대 라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앵글을 음식에 맞추는 경우가 없어서 어떤 재료를 얹었는지 알 수 없지만 먹는 모습을 보면 지금 처럼 다양한 고명을 얹어서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들은 도쿄 밖에서는 먹기 힘든 신기한 음식을 나가노 시골을 벗어난 적이 없는 어머니에게 대접해 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단칸방과 같이 빈궁한 생활의 모습으로 라멘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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