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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03. 2022

차슈를 왜 굽지 않고 삶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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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위에 올리는 고기 고명을 차슈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중국의 돼지고기 구이 차시우(叉烧)를 뜻한다. 광동 지역의 명물요리로 알려져 있고 광동과 가까운 홍콩에서도 즐겨 먹는다. 만드는 방법은 돼지고기를 양념 한 뒤에 화덕에 걸어 굽는 '돼지고기 구이'다. 일본에는 광동 출신 화교가 많았으니 일본에서도 그렇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라멘 위에 얹는 돼지고기 고명은 차슈라고 부르지만 돼지고기 구이인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삶은 돼지고기 수육이다. 실제로 '삶은 돼지고기가 올라가는데 왜 차슈멘인가?'라는 문의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중국에는 국수 위에 차시우를 얹은 차시우미엔이 따로 있지만 라멘과는 많이 다른 음식이다. 

원래 차슈는 고명이 아니었다. 일본 라멘의 특징인 동물성 육수를 내기 위해 넣던 재료였다. 냉면 육수를 우리고 남은 고기를 썰어 냉면에 올리듯이 라멘 육수를 만들고 남은 돼지고기를 썰어 라멘 위에 올린 것이 차슈의 기원이다. 중국 요리의 차시우의 이름을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음식인 셈이다. 

기원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같이 삶은 돼지고기를 썰어서 올렸기 때문에 오래 삶아 퍽퍽해진 고기였을 테지만 옛날에는 그것 만으로도 꽤 호사스러운 라멘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옛날처럼 육수를 내기 위해 넣은 고기를 썰어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따로 양념해서 잘 삶은 고기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기의 부드러움을 살리기 위해 저온조리 기법을 사용해서 만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닭고기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고기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차슈를 육수와 달리 따로 만들기 때문에 삶아서 만드는 수육과 달리 원래 차시우와 같이 구워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래 차시우는 라멘 위에 얹어 먹기에는 간이 세기 때문에 구운 차슈의 경우 중국의 차시우 보다 간이 약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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