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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08. 2022

삼양라면 봉지의 라이몬(雷門)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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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을 담는 돈부리에 그려진 소용돌이 문양은 중국에서 넘어온 뇌문(라이몬雷門)문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벼락을 뜻한다. 벼락은 많은 문화권에서 풍작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벼락이 자주치는 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고, 성서의 욥기에도 벼락이 땅을 풍족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제우스신이 번개를 휘두르는 권능을 갖고 있는 것도 옛날부터 벼락이 농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떄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벼락이 내려치면서 공기 중의 78%를 차지하는 질소를 액화시켜 비와 함께 흘려 보낸다. 자연의 질소 비료인 셈이다. 옛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경험과 전승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번개 모양인 뇌문을 풍작의 상징으로 삼아 그릇을 장식했다. 일본에서 라멘이 처음 자리 잡았을 때는 그런 뇌문 모양의 그릇에 많이 담겼어 라멘을 뜻하는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의 일본 라멘에서는 세련되고 개성적인 라멘 그릇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보기 힘들어졌다.

그런 뇌문 무늬는 한국 인스턴트 라면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초기의 삼양 라면 봉지에도 뇌문 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의 묘죠라멘의 패키지의 영향을 받아 뇌문 무늬를 따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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