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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2. 2022

라멘과 마늘

28/100

하나하나 뜯어 보면 중국 면요리의 영향을 그렇게 크게 받지 않은 라멘이지만, 일본 사람들이 라멘을 일본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큰 이유중에 하나는 바로 마늘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마늘을 먹기 시작한 것은 4세기의 일이라고 하는데, 마늘을 먹은 역사가 오래된 것에 비하면 거의 먹지 않는 것에 가깝다. 한국 사람이 1년에 7kg의 마늘을 먹을 때 일본은 200그램 정도의 마늘을 먹는다고 한다. 세계 평균이 900그램이라고 하니까.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일본은 확실히 적게 먹는 편이다.

일본 요리에 마늘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어서, 일본에서 마늘이 들어간 요리는 무조건 외국 요리라는 느낌이다. 김치나 야키니쿠 같은 한국요리도 있지만 일본에서 마늘하면 중화요리의 상징이다. 특히 교자.

일본의 중화요리 체인점인 '교자의 오쇼'에는 세 종류의 교자가 있는데, 마늘이 들어간 교자, 마늘이 안 들어간 교자, 마늘이 안 들어간 교자로 마늘 냄새에 신경쓰이는 대로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마늘 유무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마늘을 즐겨먹지 않는 만큼 마늘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신경쓰이지 않을 교자 한 접시에 들어간 마늘이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사람을 만날 약속이 있거나 접객업인 경우 그 전날 마늘이 들어간 교자를 먹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라. '내일은 휴일이니 오늘은 마음껏 교자를 먹을 수 있다.'라던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덕분에 마늘 들어간 교자를 신경쓰지 않고 먹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일본에서 마늘하면 교자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그보다 마늘이 메인으로 생각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라멘이다. 특히 돈코츠 라멘은 마늘을 빼놓고 생각 할 수 없다. 전세계 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은 곳 일수록 마늘 소비량이 많다는 분석이 있는데. 마늘향이 돼지의 누린내를 가리는데 도움이 되서가 아닐까 싶다.

돈코츠 라멘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돼지뼈를 오래 우려낸 육수의 진한 돼지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심했다. 그래서 하카타 돈코츠 라멘의 원조인 나가하마 라멘에서는 생 마늘을 다져 넣어서 먹는다. 구마모토 라멘의 경우 마늘을 우려 만든 향미유 '마유'를 넣는다. 일본에서 하나의 장르로 존재하는 볼륨 만점의 지로계 라멘의 경우에도 마늘을 빼놓을 수 없다.

라멘에 마늘을 넣는 방식과 중국에서 면에 마늘을 넣어 먹는 방식은 꽤 다르지만, 일본 사람에게 라멘은 중국에서 나온 외국 음식이기 때문에 마늘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넣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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