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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3. 2022

시베리아에서 넘어온 삿포로 라멘?

29/100

삿포로 라멘의 기원을 찾다 보면 다케야 식당의 왕문채라는 북경 요리 요리사가 1922년에 다케야 식당에서 팔기 시작한 '육사면(로우스멘肉絲麵)'이 나오는데. 당시에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왕문채와 언어 소통의 오류로 육사면이라는 이름 대신 면을 뽑는 방식인 '라멘'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라멘이라는 이름의 기원을 이야기 할 때 꼭 빠지지 않는다.

왕문채씨는 저 북쪽의 하바로프스크 보다 훨씬 북쪽의 니콜라옙스키(지금의 니콜라옙스크나아무레)에서 살다가 적백 내전의 여파로 시베리아 출병한 일본군이 후퇴 할 때 같이 삿포로까지 흘러 들어왔던 모양이다. 지금은 원형을 알길 없는 육사면인데 중국에서 직접 넘어온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찍고 넘어왔다는 점이 재밌다.

그러고 보면 러시아 요리는 아니지만, 후쿠오카 하카타의 돈코츠 라멘의 기원이 아이누 요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삿포로하고 니콜라옙스키도 멀지만 후쿠오카와 아이누 족이 사는 홋카이도도 멀어서 아이누 족의 요리가 하카타 라멘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지 않지만, 이게 그냥 가설이 아니라 후쿠오카에서 역사가 오래된 '아카노렌'과 '하쿠류켄'의 창업자가 실제로 언급한 이야기이다. 만주에 징병으로 끌려 갔다가 거기서 먹은 중국 국수을 잊지 못해 고향에 돌아와서 만들어 봤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아이누 족에게 뼈로 육수 내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신기하다.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않아 뼈로 육수를 내는 경우가 없던 일본인과 달리 수렵을 중심의 아이누족은 잡은 짐승을 문자 그대로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었기' 때문에 뼈를 오래 우려 만드는 국물 요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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