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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5. 2022

국도변의 라멘집.

32/100

일본 국도를 달리다 보면 커다란 간판을 단 라멘집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라멘집이 아니어도 국도변에 식당 체인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체인점을 제외하면 라멘집이 제일 많이 보인다. 라멘 체인점까지 포함하면 대략 절반이 넘지 않을까 싶다.

이타미 주조 감독의 영화 '탐포포(1985)'는 맛있는 라멘을 만들지 못해 고민하는 여주인을 떠돌이 트럭 운전수가 라멘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의 본격적으로 라멘을 다룬 최초의 일본영화였다. 라멘 웨스턴을 표방했는데, 떠돌이인 트럭 운전수가 여주인을 도와준다는 설정은 서부극의 명작 셰인을 오마주 한 것이다. 그런데 여주인에게 라멘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트럭 운전수에게 맡긴 것은 트럭 운전수는 전국을 다니면서 맛있는 라멘을 많이 먹는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도변의 라멘집은 큰 주차장을 갖추기 쉽기 때문에 트럭 운전사들이 많이 찾는다. 예전에는 라멘은 여자가 먹기에는 너무 거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그런 흐름에 한 몫 했을 듯.

영화 탐포포가 만들어진 80년대 중반은 일본도 아직 마이카 시대의 초입이었기 때문에 자가용을 타고 라멘을 먹으러 오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국도변의 라멘집은 자가용으로 찾아오는 가족 손님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에 예전의 거친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다.

국도 변의 라멘집은 임대료도 저렴하고 넓은 주차장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냄새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돈코츠 라멘 처럼 돼지뼈를 오래 끓이는 육수의 경우 냄새가 심하게 나기 마련인데, 실제로 하카타 돈코츠 라멘이 처음 도쿄에 진출했을 때, 돈코츠 육수를 끓이는 냄새에 썩은 냄새가 난다고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 같은)에 신고가 들어갔던 일도 있었으니,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수를 마음껏 끓일 수 있다는 점도 국도변 라멘집의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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