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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8. 2022

집밥 라멘

34/100

프랑스의 정찬 요리를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으로 나눌 때, 정통적인 스타일인 오트 퀴진의 특징은 진한 맛이다. 육류 중심에 풍부한 맛을 위해 소스에 버터를 아낌 없이 쓰거나, 한계까지 소금 간을 해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진한 맛의 향연을 선사하는 것이 오트 퀴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오트 퀴진에 반발해서 등장한 것이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라는 뜻이다)인데, 오트 퀴진에 반발해서 육류 대신 채소와 생선, 진한 소스 대신 올리브 유나 가벼운 향신료로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누벨 퀴진이 추구하는 새로운 맛이다.

꼭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이 아니라고 해도 진한 맛의 요리와 순한 맛의 요리가 공존하는 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나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집밥'개념인데, 밖에서 먹을 때 집밥이라고 느끼는 것은 전체적으로 맛이 너무 강하지 않는 요리인 경우가 많다. 사람의 혀는 진한 맛에 쉽게 지치기 때문에 당장 진한 맛을 맛있다고 느끼지만 쉽게 물리게 되어있다. 한국인이 쌀밥을 먹듯 전세계 어느 문화권을 가도 주식은 물리지 않는 슴슴한 맛인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소고기가 주식인 남미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도 주식으로 먹는 소고기는 마블링이 거의 없는 글래스페드 소고기를 선호한다.

라멘은 일본에서는 낯설던 '육류 육수'를 바탕으로 한 진한 맛이 특징인 음식이다. 라멘 자체가 일본에서 탄생한 요리이면서도 일본 사람들이 라멘을 온전히 중국 요리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도 그동안의 일본요리에서 드물던 진한 맛이 이국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라멘은 가정요리가 아니라 처음 부터 외식 요리였고, 전체적 맛이 진한 편이었다. 프렌치 요리의 오트 퀴진의 맛이 진한 것처럼 어쩌다 먹는 외식 요리는 맛이 강하기 마련이다. 어쩌다 먹는 외식은 맛이 강한 것을 추구하고, 자주 먹어야 하는 집밥은 슴슴해서 질리지 않는 맛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꼭 집밥이라고 슴슴한 맛만 찾는 것은 아니다. 더운 지방에서 향신료와 소금간이 강하게 된 카레를 먹는 것처럼 육체 노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높은 칼로리와 짠 음식을 몸이 원하게 된다. 태평양 전쟁 이전의 라멘 포장마차는 중국인 육체 노동자들을 주고객 이었고, 하카타 돈코츠 라멘의 기원인 나가하마 라멘은 시장의 상인들이 주고객 이었기 때문에 집밥이지만 진한 맛이 특징일 수 있었다.

얼마전에 일본에서 라멘을 가장 많이 먹는 지방인 야마가타 현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는데, 일본에서 라멘을 많이 먹는 지방일수록 맛이 강하지 않고 슴슴한 성향을 보인다. 자주 먹으려면 자연스럽게 진한 맛보다는 부드럽고 슴슴한 맛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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