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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Nov 24. 2022

정경유착의 무상 간식

48/100

미국의 여러가지 의도가 섞인 라면 정책을 박정희 정권이 받아들인 것은 박정희 정권이 정치 자금 확보를 위한 달러 루트를 뚫기 위해서였고, 삼양 식품은 탄생 부터 정경유착의 산실이었다. 그래서 벌어진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1967년 6월 17일 기사로 실린 육영수 여사가 삼양 라면을 사서 용산역에 무료 급식소를 설치하고 라면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미담.

미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직 라면이라는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라면을 전파하기 위해서 나랏돈을 쓰는 장면이다. 1960년대 중반은 지금와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인스턴트 음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공산품인 인스턴트 라면은 가격을 떠나서, 그냥 가게에서 산 반조리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196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력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지금 1인당 국민 총소득 3만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1967년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50달러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수입한 밀가루'로 만들어서 '수입한 기름'으로 튀겨서 만든 라면이 결코 싼 음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일본도 비슷했는데, 1967년에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200달러였던 일본도 인스턴트 라멘은 낯설고 결코 싼 음식이 아니어서 자리를 잡는데 오래걸렸다.

삼양 라면도 1960년대의 한국에는 결코 환영 받는 상품이 아니었고, 자리 잡는데 오래 걸렸다. 그 물 밑에서 밀가루 소비를 지탱하려는 박정희 정권의 특혜가 여러번 발휘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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