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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Sep 24. 2023

수제비와 스이톤(すいとん)

라멘과 라면 이야기 1/100

라멘이 어떻게 태어난 음식인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각각 수제비와 수제비와 거의 같은 요리인 스이톤이 전후 배고픈 시절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밀가루 음식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부의 상징이었다. 두 나라 모두 밀농사가 쉽지 않은 기후였기 때문에 밀가루는 귀한 식재료였고. 고려에서 제사에 쓸 유밀과를 만들기 위해 송나라에서 밀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냐?'라는 말처럼 옛날 결혼식에 잔치 국수가 빠지지 않는 것도 긴 국수가 장수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밀가루 국수가 잔치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밀가루 국수는 옛 귀족들이나 먹는 음식이었고 국수하면 메밀로 만든 소바가 훨씬 대중적이었다. 길고 가는 면발이 장수를 뜻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였지만 메밀 국수 만드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밀가루 국수 대신 메밀 국수로 대신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귀한 몸이었던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 모두 전쟁의 아픔을 지닌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남아있는 것은 당시에는 먹을 것이 밀가루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 왔을 때 밀가루만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수제비 밖에 없었다.

당시에 풍족한 것은 밀가루 밖에 없었기 때문에 건더기를 넣거나 간장이나 된장으로 간을 맞추기도 힘들어 심지어 바닷물로 간을 해서 스이톤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수제비를 끓여 먹을 연료도 부족해서 전후의 스이톤은 설익은 경우도 많았다고 하니 풍족하면서도 결핍된 음식이 바로 수제비와 스이톤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미국의 구호 밀가루만 풍족했던 시기, 바로 일본 라멘이 태어날 수 있는 바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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